[한국 제조업 위기] 조선·전자·車 '트로이카' 동시에 빨간불.. 손실 막대한 조선업계

유성열 기자 2015. 7. 3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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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이 해양플랜트 진출 '황금알 낳는 거위'로 착각.. 국내 업체간 출혈 수주도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제조업이 흔들린다. 밖으로는 엔저를 앞세운 일본의 공세와 유럽연합의 경제 침체, 여기에 중국의 내수성장 악화 등이 제조업 성장동력을 훼손하고 있다. 안으로는 노동시장 선진화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제조업의 위기를 초래한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손톱 밑 가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정쟁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제조업의 위기는 한국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빅3’로 불리는 국내 3대 조선 업체들이 올해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세 업체가 합쳐 4조7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냈다. 한때는 우리 조선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해양 플랜트 사업이 주범이었다. 해양 플랜트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준비 안 된 도전이 재앙으로=해양 플랜트는 바다 밑 석유 등 자원을 탐사하고, 개발된 광구에서 석유·가스를 뽑아올려 정제한 뒤 저장까지 할 수 있는 대형 해양 구조물이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극심한 선박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던 조선업계에 대안으로 떠오르며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실제 2011년까지 조선업의 호황을 주도했다.

하지만 고유가와 맞물려 척당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해양 플랜트 발주 사업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일감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 간 치열한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일단 수주를 따는 게 중요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해양 플랜트 사업에 대해 잘 모르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던 측면이 컸다”며 “업체들이 서로 낮은 마진율을 내세우며 수주전에 나설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해양 플랜트를 일괄적으로 설계·제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설계의 경우 해외 업체에 맡겨야 했고, 주요 기자재는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 발주사들은 수시로 설계변경을 주문했다. 이에 공기가 지연되는 프로젝트가 속출했다.

◇기로에 선 해양 플랜트 사업=해양 플랜트 사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조선업계가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각 조선소들은 지난해부터 유가 하락으로 해양 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감소하자 본업인 선박 건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선박 건조 기술력은 이미 중국이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왔고, 일본은 엔저를 무기로 공격적인 선박 수주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부가가치 분야인 해양 플랜트 사업까지 한국 조선업계가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조선강국’은커녕 생존경쟁에서조차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딜레마다.

특히 중국은 해양 플랜트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양 플랜트 사업 지원에 나설 경우 한국이 그간 힘겹게 쌓아온 경쟁력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의 실적 부진에 대해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보고 장기적으로는 해양 플랜트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선사 관계자는 “해양 플랜트는 국내 조선업계가 붙잡고 가야 할 미래산업이 분명하다”며 “당장의 힘든 시기를 견디고, 육성에 나선다면 산업계 전반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초설계와 기자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고, 지난 실패를 밑거름 삼아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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