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로 꿈 키우는 엄마들 '마을경제' 살린다

김향미 기자 2015. 7. 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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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협동조합 '꿈맘' 한 땀 한 땀 자립 박음질구청은 기술 교육, 사회적기업은 일감 제공, 교육생은 조합 설립

▲ 교육 동기생 모여 공동작업

주문받은 가방 봉제 비지땀

사회적 관계망 연결해 협력

지속가능한 일자리 만들어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무열씨(53)는 전업주부로만 살다가 바느질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8월 구청이 진행하는 봉제기술인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그 문턱을 넘은 뒤 1년간 이씨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씨는 지난 6월 교육생 동기 5명과 함께 ‘꿈맘’이라는 봉제협동조합을 꾸렸다. 꿈맘은 성수동의 공정무역 회사인 ‘더페이스토리’로부터 일감을 받아 가방 200개를 납품하는 실적도 올렸다.

지난 28일 한양여대 작업장에서 만난 이씨는 재봉틀로 가방을 만들고 있었다. 이씨는 “기술을 익히니 자신감도 생겼다”며 “요즘은 심화교육을 받으면서 조합이 새로 주문받은 가방 600개 봉제작업에 바쁘다”고 했다. 이제 갓 교육을 수료한 김재은씨(50)는 교육동기생 11명과 ‘손수’라는 이름의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혼자서는 뭔가 하고 싶어도 환경이나 금전적인 여건이 안되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신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에 있는 성동의류패션기술지원센터에서 지난 27일 ‘의류패션 봉제기술인 교육’을 수강 중인 지역 여성들이 봉제 실습을 하고 있다. | 서울 성동구 제공

꿈맘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자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성동구청과 비영리단체인 한국사회적패션협동조합은 봉제기술인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생들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양여대는 교육장 등 공간을 제공하고, 더페어스토리 등 사회적기업이 일감을 주면서 조합이 첫발을 내디디는 데 힘을 보탰다.

사회적경제란 자본이 아닌 사람에게 가치를 둔 경제활동을 뜻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정무역 등이 사회적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더페어스토리는 아프리카와 캄보디아 등에서 가방·옷 등을 잘 만드는 여성 생산자들을 발굴해 한국의 디자인을 입힌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정무역 회사다. 더페어스토리의 임주환 대표는 “꿈맘처럼 신생 조합에 일감을 주면 속도는 느리지만, 한 땀 한 땀 사람의 스토리와 감성이 들어가 공정무역의 가치를 담은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꿈맘과 손수 등 소규모 봉제협동조합들이 하나둘 세워지고 지역에 특색 있는 공방이 늘면 마을경제 생태계가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때 성동 지역에서 번창했던 봉제산업을 지역특화 산업으로 되살릴 계획이다. 신만수 성동협동사회경제추진단장은 “사람, 기업, 학교, 행정기관 등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해 협동하면 지역 내 사양산업인 봉제산업도 되살리고, 경력단절여성이나 청년들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작은 조합들이 시장에서 자립할 때까지 지원체계를 지속하고 확대하는 게 마을경제 생태계가 안정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성수동은 요즘 ‘뜨는 동네’이다 보니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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