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가 도대체 뭐길래..조선업계 빅3 '휘청'

박일경 입력 2015. 7. 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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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해양플랜트 악몽이 국내 조선업계를 뒤덮고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먹을거리로 주목받았다가 불과 1년여 만에 국내 조선 대형 3사의 경영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4~5년 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상선 발주가 줄어들자 차세대 사업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이들 3사는 LNG 등 상선보다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최첨단 고부가가치 설비라면서 연일 대대적으로 수주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양플랜트란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가스와 같은 해양 자원들을 발굴, 시추, 생산해내는 활동을 위한 장비와 설비를 포함한 제반 사업을 의미한다.

용도에 따라 시추용과, 생산용, 설치방식에 따라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눌 수 있다. 시추용 해양플랜트는 드릴십 등이 있고 생산용 해양플랜트는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등이 있다.

물론 조선업체들의 말대로 최첨단 설비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이들 설비의 설계나 주요 부품은 모두 외국에서 사와야 하는 것이고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단순히 이들 부품을 조립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만들던 선박 외형에다 고가 외제 시추 설비들을 장착하는 셈이다.

해양플랜트는 프로젝트마다 맞춤형으로 제작되므로 설계나 제작 과정을 상선처럼 표준화할 수가 없어 건조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해양플랜트가 신종 사업이라 건조 경험도 적어 시행착오의 여지가 크다.

그래서 처음 수주할 때부터 해양플랜트의 적정 가격을 자체적으로 선정하기 어렵고 향후 리스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기존 조선업계 관행은 해양플랜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노르웨이 골리앗 해양플랜트(FPSO)다. 현대중공업은 계약 당시 생산액을 12억 달러 정도로 봤으나 공기 지연 등으로 나중에 수주 금액이 26억 달러로 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FPSO 같은 설비의 경우 수주하면 조원 단위가 되지만 실제 선주들이 장착할 시추 장비 등을 해외 특정 브랜드로 정해놨기 때문에 모두 충족하면 이익은 2~3%밖에 되지 않을 걸로 봤다"면서 "그래도 당시에는 경기 불황에 인력을 놀릴 수 없어 너도나도 해양플랜트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빅3가 함께 뛰어들면서 선주가 이들 3사를 놓고 저울질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해양플랜트 수주 가격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면서 "조선 빅3가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2013년 조선 빅3는 저가 수주에 과당 경쟁을 멈추지 않고 2013년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의 70% 이상을 독식했다. 그 결과 인도 시점인 지난해와 올해에 공기 지연과 설계 변경에 따른 조원 단위의 엄청난 손실이 반영되면서 조선 빅3가 휘청거리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손실로 3조원의 적자를 냈고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3조여원, 삼성중공업도 1조5000여억원의 손실을 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손실이 왜 조원 단위까지 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손실 규모이지만 조선업의 특성을 이해하면 이상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단 해양플랜트 건조에만 수천명의 인력이 달라붙어 있어 공기가 지연되면 이들의 인건비에 이 기간 선주가 배를 인도받지 못해 발생한 손실 그리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고가 부품 교체 비용이 들어간다. 하루에 최소 100억원 정도만 잡아도 설비 인도가 3개월만 늦춰지면 손실이 조원 단위에 이르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조원 단위 적자가 날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조선은 장치산업이라 인건비와 부품비가 엄청나게 많이 든다"면서 "일단 건조 작업에서 지연 또는 문제가 생기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면서 "다만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에서 이렇게 막대한 돈을 까먹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과도하게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다 보니 공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됐는데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빵하고 터진 것"이라면서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국내 조선사들이 너무 서두르다 보니 피해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박일경 기자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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