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군, 레이더 결함 해상작전헬기 도입 강행

김지영 기자 2015. 7.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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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레이더와 필수 기능이 없는 영국의 해상작전헬기(AW-159·와일드 캣)를 우선 인수하고자 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법률 자문을 구한 후 방사청 내 해상항공기사업팀에 반대한다는 회신을 보냈다. 하지만 방사청의 반대 의견은 강제 규정이 없어 해군의 뜻대로 '부실한' 와일드 캣이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와일드 캣 제작업체인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사는 계약 위반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함 있는 헬기, 방사청은 'NO' 해군은 'YES'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시사저널을 통해 단독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이 자사 규제개혁법무담당관에 보낸 '사업 추진 관련 법무 질의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식 문서에 "최종 사용자인 소요군은 전력 공백 방지 등을 위해 수락검사를 통해 본건 기능이 없는 레이더를 탑재한 해상작전헬기를 우선 인수받기를 희망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소요군은 대한민국 해군을 지칭한다. 본건 기능은 '작은 표적 탐지 모드(STM·Small Target Mode)' '탐색 구조 응답기(SART·Search and Rescue Transponder Mode)' '난기류 모드(TURB·Turbulence Mode)' 등이다.

AW사는 세 가지 레이더 모드는 AW159가 대함․대잠전을 수행하는 것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더 모드가 대함·대잠 헬기의 주기능이 아니라 부수적인 기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AW사의 자문을 받은 법무법인 세종은 4월23일 '해상작전헬기 사업상 물품의 인도에 관한 검토'에서 "본건 기능 없이도 본건 헬기는 주된 역할인 대잠전 및 대함전은 물론 정찰, 감시, 탐색 및 구조(SAR)팀 탑승, 표적 획득 및 화력 지원 등의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 레이더 모드 중 '작은 표적 모드'(STM)는 적의 잠망경까지 탐지하는 장비로 대잠 헬기 레이더의 핵심 장비다. 본 레이더는 5해리(약 9km)까지 탐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탐색 구조 응답기'(SART) 기능과 '난기류 모드'(TURB)에서도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AW사의 와일드 캣은 이 세 가지 레이더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들 레이더는 방사청의 해상작전헬기 사업 제안 요청서(Request for Proposal)에 나온 필수 항목이지만 AW사는 3개 모드가 2016년 8월이 돼야 충족될 수 있다고 밝혔다.

AW사는 레이더의 필수 기능을 빠뜨린 채 '분할 납품'을 하겠다고 지속적으로 한국군에 요청하며, 분할 납품을 할 경우 계약 위반의 책임이 AW사에 있는지 법무법인 세종에 자문을 구했다. AW사는 시사저널에도 "3개 레이더 모드는 AW159가 대함․대잠전을 수행하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현재 영국 해군에서 전력화돼 운영되고 있는 와일드 캣은 한국형에 추가 설치된 3개 레이더 모드 없이 9개 모드만으로도 성공적으로 대함․대잠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들 레이더가 대잠 헬기의 주장비라고 강조한다. 권은희 의원은 "빠진 3개 레이더 모드 가운데 작은 목표 모드(STM)는 적 잠수함의 잠망경을 포착하는 주요 모드 중 하나이며, 작전 요구 성능에 해당하는 기능이다"며 "이런 주장비가 빠진 채로 분할 납품은 할 수 없고 이 기능이 없으면 대잠전 및 대함전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가 2014년 3월에 낸 '대잠 및 대함 작전의 필수 요소 세계의 해상작전헬기' 논문에서도 해상작전헬기에 장착되는 주요 장비로 디핑소나와 레이더를 강조하고 있다. 논문에는 "디핑소나를 더 깊은 수심으로 집어넣을수록 잠수함 탐색이 용이하며, (중략) 레이더는 잠수함 잠망경과 스토켈을 탐지할 수 있으며 대함 임무를 수행할 때도 사용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와일드 캣 제품은 디핑소나와 레이더의 필수 기능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시사저널 1344호 '1조4000억 해상헬기 부실 방사청도 알았다' 기사 참조) .

이들 레이더 기능의 중요성은 와일드 캣의 납품업체인 AW사 역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권은희 의원실에서 공개한 'AW사의 해상작전헬기 사업상 물품의 인도에 관한 검토' 문서를 보면 "매수인(한국)이 처음 발주할 당시 (중략) 입찰 참가 희망자들에게 배포한 제안 요청서에는 본건 기능들이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귀사의 제안으로 인해 본건 계약상 물품 사양서에 포함된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물품 사양서에는 AW-159 헬기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의 성능, 즉 레이더 사양서과 디핑소나 사양서 등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한 군사 평론가는 "굳이 처음에 넣을 생각도 없었는데 자신들이 직접 제안 요청서에 포함시킨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이들 3개 레이더 모드가 없다면 낙찰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는 AW-159 헬기가 2012년 시험 당시 우리 군 측의 '작전 요구 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이 2015년 5월4일 방위사업청장 직속 규제개혁범무담당관실에 보낸 '사업추진 관련 법무질의 요청' 문서(왼쪽). 해상작전헬기 최종 사용자인 해군이 "본건 기능이 없는 레이더를 탑재한 해상작전헬기를 우선 인수받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같은 문서(오른쪽)에 "해상작전헬기 사업을 추진하는 통합사업관리팀이 적기납품 및 전력화를 위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해군의 주장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해군은 AW의 계약 불이행을 따지기는커녕 스스로 '필수 레이더'가 없더라도 헬기 인수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군 공보관실은 "공식적으로 필수 레이더 탑재 없는 헬기를 인수한다는 내용을 방사청에 전한 바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군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방사청의 담당 팀장이 해군의 입장과 다른 내용을 결재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방사청 문서에는 "본건 기능들이 정상 작동됨을 확인 후 주장비를 납품받을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계약 내용의 일부인 물품 사양서에 레이더는 총 12가지 모드가 반영되어 있으며…(중략) 계약 조건 붙임 17에서는…(중략) 분할 납품으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 (중략) 주장비는 기본 항공기, 대잠 임무 장비, 대함 장비, 대함 임무 장비, 기타 임무 장비를 포함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약 3주 후 방사청 규제법무관실이 보내온 회신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해당 문서에는 "문제가 된 레이더의 3가지 모드를 제외한 주장비의 분할 납품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 근거로 계약 일반 조건 제17조 분할 납품과 방위사업관리규정 제422조를 들며 "주장비는 기본 항공기, 대잠 임무 장비, 대함 임무 장비, 기타 임무 장비를 포함한 AW-159를 의미한다"며 "계약서에 포함된 물품 사양서에 레이더에는 임무 장비로 규정하고 총 12가지 모드가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3가지 레이더 모드를 제외한 상태의 분할 납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회신서를 통해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권은희 의원은 "방사청은 5월26일 김민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최종적으로 수락검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와일드 캣을 도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사청 해상작전헬기팀에서 5월4일에 규제개혁법무실에 질의한 내용을 보면 해군이 본건 레이더 기능이 부족한 상태임에도 와일드 캣을 인수받으려 하는 것처럼 나와 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제2의 통영함'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해군본부에 질의해보니 공식적인 문건으로 전달된 내용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이 2015년 5월22일 해상항공기사업팀에 회신한 문서. 여기에는 "문제가 된 3가지 모드를 제외하곤 분할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법무법인 세종 "AW사, 계약 위반 책임 없다"

하지만 AW사는 문제의 3개 레이더 모드에 대해 '분할 납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 레이더를 2016년 8월께까지 보완해주겠다는 것이다. AW사는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세종에 구체적인 법률 자문까지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8쪽짜리 긴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계약상의 합리적인 해석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수인(한국 정부)이 본건 헬기의 수령을 거절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중략) 일부 계약 목적과 무관한 성능 미달이 발생한 경우, 매수인이 이를 이유로 목적물 전체에 대한 수령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중략) 매수인이 1차 인도 시기를 거절할 경우 얻는 이익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해군 작전헬기 교체 사업에 최소 반년 이상의 완전한 공백이 발생하여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함으로써…(중략) 해상작전헬기 투입의 공백으로 국가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 있어…(중략) 헬기 수령을 거절할 수 없다."

권은희 의원은 AW사가 분할 납품을 주장하는 것 자체를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방사청이 AW사와 맺은 계약 조건에도 '분할 납품은 불가하다'는 내용이 붙어 있다"며 "정상 납품이 불가능하자 정상적인 해상 작전을 위해 설정해놓은 레이더 모드를 부수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과 이에 대한 납품을 내년까지 지연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헬기의 본건 기능 미비를 AW사의 주장대로 '하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하자'와 '성능 미충족'은 개념이 다르다. 한 군사 평론가는 "레이더 기능이 '하자'라면 1차 납품 후 보완이 가능한 반면, '성능 미충족'이라면 애초에 우리 군에 필요한 작전운용능력(ROC)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돼 계약 위반까지 논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AW사 "올해까지 레이더 차질 없이 보내겠다"

AW사는 시사저널이 추가 취재에 들어가자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 AW사가 시사저널에 보내온 이메일에는 "2015년 12월에 인도될 4대의 AW159에 쟁점이 됐던 3개의 레이더도 정상 탑재할 것이라고 7월8일 방사청에 최종 전달했다"며 "세 가지 레이더 모드를 포함한 확인 비행은 2015년 항공기 납품에 영향이 없도록 계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2월 말까지 차질 없이 3개 모드의 레이더를 탑재해 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레이더를 시험해 인도하겠다는 세부 일정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군사 평론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W사가 12월까지 모든 레이더 기능을 맞춰주겠다고 했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원래는 '본건 기능(빠진 3개 레이더) 구현 일정' 이라고 해서 올해 11월에 '리그 시험 위한 전술 프로세서 Engineering Release 소프트웨어 사용 가능'과 'AW사에 레이더 하드웨어 도착'을 해서 올 12월에 '레이더 DDP'를 마치고 내년 3월, 4월, 7월, 8월에 각각 'TP 및 레이다 항공기 시험 위해 준비 완료' '항공기 시험' 'AW 설계 인증서 발급' '국내 장착 준비 완료' 등을 해야 한다. 모두 와일드 캣을 인도받기 위한 레이더 성능 시험 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AW사는 현재 '고객(한국 정부)에 의해 세부 일정을 밝힐 수 없다'며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7월27일로 예정됐던 현장수락시험(SAT)이 9월말로 미뤄진 상황이다. SAT는 우리 군과 방사청 등이 현장에서 기체 성능에 대해 각종 검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현안 협상을 위해 AW사가 8월 둘째 주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세세한 일정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4분기로 (SAT가) 잡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 역시 "AW는 보통 현장수락시험을 제품을 인도하기 4개월 전에 한다"며 "혹시라도 부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올 12월에 와일드 캣 4대를 인도받기로 했는데 SAT를 4분기에 하게 되면 부실이 발견돼도 그대로 인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W사와 방사청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네 가지다. 첫째,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못한 AW사에 1일당 계약금의 0.15%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지체상금은 최대 계약금액의 10%까지만 물 수 있다. 2015년 12월5일부터 와일드 캣을 도입하기로 했으니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67일 정도다. 둘째, 계약 해지를 하는 경우 한국 정부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세 번째는 대한상사조정중재원(KCAB)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영국이나 한국 혹은 중립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잠·대함 작전 기능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진보·보수 세력 할 것 없이 강조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정작 해군은 세금 1조4000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을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영 기자 / abc@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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