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믿기지 않지만 사람 구하고 떠나신 어머니 자랑스럽다"

2015. 7. 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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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계곡 빠진 등산객 2명 구하고 숨진 '의인 주부' 이혜경씨 화제

수영 선수 출신 주부가 계곡에 빠진 이들을 구하고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이혜경(51)씨는 지난 25일 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경북 울진군 왕피천 계곡 트레킹에 나섰다. 이튿날 새벽부터 계곡을 헤엄쳐 내려오는 트레킹을 시작한 이씨는 낮 12시20분께 물 밖으로 나와 쉬다가 계곡에 빠진 최아무개(35)씨를 발견했다. 최씨는 등산 스틱을 주우러 들어갔다가 깊이 3m가 넘는 계곡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최씨와 함께 등산을 온 여성이 구조하겠다며 물에 들어갔지만 함께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살 수 있어요!" 곧바로 물 속으로 뛰어든 이씨는 두 사람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하며 다가가 이들을 물가로 세게 밀어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갑자기 일어나 심장마비 때문에 계곡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젊을 때 서울시 대표로 장거리 자유형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수상 안전요원 자격증도 지닌 그는 지난해 산에서 실족한 노인을 보고 심폐소생술를 시도해 목숨을 구했고, 그 전에도 물에 빠진 딸의 친구, 무더위가 심한 날 차 안에 갇힌 노인을 구출하는 등 위험에 처한 이웃을 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캠퍼스 커플로 만난 김덕배(51)씨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 자매 역시 봉사 정신이 투철해 큰딸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세계봉사단원으로 필리핀에서 장기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고, 둘째 딸은 지역 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이씨는 서초구 녹색어머니회 활동, 치매노인센터 주방 봉사, 장애아동 수영 강습 등 평소 봉사 활동도 열심히 했다.

둘째 딸 수빈(22)씨는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지만, 나중에 사람을 구하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사람들이 엄마의 사연을 읽고 의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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