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정규직 90% 괴롭힘 당해도 입 닫는다

남형도 기자 2015. 7. 29. 18: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비정규직 직원 대상으로 '괴롭힘 예방지침' 마련..실효성 담보 위해 전문가 채용 등 보완 필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서울시 비정규직 직원 대상으로 '괴롭힘 예방지침' 마련…실효성 담보 위해 전문가 채용 등 보완 필요]

서울시의 비정규직 근로자 4411명이 하루 평균 200~300건의 괴롭힘 행위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성희롱과 성추행 등이 가장 많았으며 일 평균 60~70건 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의 89.7%는 이를 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괴롭힘을 해결하기 위해 예방지침을 마련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유형별로 제시해 명확히 규정하고, 괴롭힘 발생 시 조사와 처벌, 구제를 할 수 있게끔 매뉴얼이 나온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9일 오후 3시 '서울시 비정규직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책 공청회'를 열고 그간 시가 마련한 직장 내 괴롭힘 해결방안과 예방지침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시는 지난 11월 시 시민인권보호관의 권고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당시 서울대공원 A 과장은 노래방에서 비정규직 직원의 엉덩이에 손을 올리고 어깨와 허리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일삼다 징계를 받았다.

서울시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비정규직 근로자 216명을 대상으로 괴롭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46.6%가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약 7.8%는 6개월에 걸쳐 주 1회 이상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조사결과를 비정규직 전체 근로자인 4411명에 대입하면 하루 평균 200~300건의 괴롭힘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희롱과 성추행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가 하루 평균 60~70건 발생하는 꼴이었다. CCTV로 직업을 감시하는 사례가 일 평균 50~60건, 뒷담화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가 40~50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소한 트집이나 시비가 20~30건이었다.

괴롭힘을 주도하는 가해자는 담당부서 공무원이 37.18%로 가장 많았고, 작업반장이나 실장 등 상사가 32.05%로 뒤를 이었다. 동료직원도 11.54% 가량 됐다.

하지만 괴롭힘을 당해도 이를 회사에 알리는 경우는 10.3%에 불과하고 나머지 89.7%는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을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에서 조치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란 답변이 25.5%로 가장 많았다. '알리면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볼 것'이 21.3%,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아서'가 19.1%로 뒤를 이었다.

이에 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괴롭힘 행위유형과 괴롭힘 발생 시 처리방법 등을 매뉴얼로 제작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서울시 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자기 의사를 말 못하고 괴롭힘이 일상화되고 쫓아서 보내면 또 괴롭히곤 했다"며 "그동안에는 단순히 일하다 퇴근하는 인부였는데 시가 대책을 마련한 게 직원으로 인식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의 비정규직 괴롭힘 대책이 이제 첫 발을 뗐을 뿐 보완점이 많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이종희 공익인권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책이 기존에 서울시가 갖고 있던 고충처리절차를 이용하는 걸로 보이는데 전문 상담인력을 확충하는 등 물적·인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