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억 들여 고쳐놓고 휴장? 참 이상한 스케이트장

글-사진=서윤경 기자 입력 2015. 7. 29. 18:00 수정 2015. 7. 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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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100억여 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이 여름이면 2개월 동안 문을 닫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체육회 태릉선수촌 관계자는 29일 “다가오는 시즌을 대비해 다음달 1일부터 9월까지 두 달간 시설 보수 등 경기장 재정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김연아, 이상화’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연습할 공간이 사라졌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빙상 관계자들은 빙상 종목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여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대한체육회의 행정을 지적했다.

100억 원이나 들여놓고 ‘휴장’

현재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는 두 개의 빙상장이 운영되고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트 경기를 할 수 있는 국제스케이트장과 피겨 종목 선수들이 연습장으로 쓰는 빙상장(보조경기장)이다. 과거 국제스케이트장은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 훈련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고, 여름에는 뜨거운 열이 들어와 천장에 물이 맺혀 고드름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1월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장한 국제스케이트장은 그해 여름 한시적으로 빙상장을 운영한 결과 결로 현상이 사라지고 적정 기온인 13~14℃를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국제스케이트장은 여름철에도 빙상장을 운영하는 최적의 설비를 갖췄지만 시즌 준비를 위해 2개월 휴장은 불가피하다는 게 태릉선수촌 입장이다. 1년간 사용한 빙상 바닥은 균형이 깨지고 이물질이 많아 새로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계 설비와 객석 손질도 필요하다.

시설 관리자는 “빙상장은 1.2㎜씩 켜켜이 얼음을 쌓아 3㎝ 두께를 만들어야 한다. 말리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며 “내년 3월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올해는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정비 외에 휴장을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부담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매월 국제스케이장 전기세로 지출되는 돈은 6000여만 원이다. 겨울에 비해 입장객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3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시민은 난감

이 같은 태릉선수촌의 설명에도 국제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마추어 피겨 선수나 쇼트트랙 선수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아마추어 선수의 부모는 “빙상장 담당자에게 문을 닫으면 어떡하냐고 물었더니 전지훈련을 가라더라”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나라에서 돈 대줘 캐나다로 전지훈련 가면 되지만 우리는 자비로 가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동계 스포츠 선수들을 육성하겠다면서 전기료 때문에 문을 닫겠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빙상 관계자들은 빙상 종목을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목동 아이스링크 관계자는 “여름 방학이나 휴가철에 일인당 3000원씩 내고 온 가족이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빙상장뿐”이라며 “방학기간엔 하루 평균 500여명 정도 찾고 주말에는 더 많지만 방학이 끝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엔 강릉에 건설 중인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강릉 아이스아레나(피겨·쇼트트랙)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제스케이트장을 없앨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혈세 낭비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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