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것만은 밝혀야" 유가족 82대 과제 발표

허우진,유성애,권우성 입력 2015. 7.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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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470일에도 진상규명 요구 여전.. 책임자는 123정장뿐?

[오마이뉴스 허우진,유성애,권우성 기자]

 29일 오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공동주최로 '세월호 인양에 관한 특별과제와 진상규명, 안전사회, 추모지원에 관한 82대 과제'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회견에서는 진도앞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의 수중촬영 영상이 공개되어 허술한 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 권우성
 세월호의 미수습자와 유실물의 유실 방지가 허술하다는 동영상을 보고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허우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70일째,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진상규명을 향한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실했다. 이날 발표된 82개 과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정부에 '이것만은 꼭 밝혀달라'는 필수과제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 회관 대강당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공동주최로 '세월호 인양·진상규명·안전사회 대책 및 추모지원에 관한 82대 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16가족협의회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진상규명을 외치며 삭발한 이들의 머리카락은 머리띠를 할 만큼 자라 있었지만, 손목에는 여전히 '노란 팔찌'가 달려있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특조위 활동을 위해, 진상규명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 과제를 밝힌다"며 약 100쪽 자료로 이를 상세히 서술했다.

이날 발표된 '82대 과제'는 ▲ 세월호 인양 관련 특별과제 3개 ▲ 진상규명을 위한 11개 영역 33개 ▲ 안전사회 대책 4개 영역 24개 ▲ 추모지원 6개 영역 22개로 구성됐다. 유족들은 이를 발표하게 된 이유로 "지난해 말 550만 명 넘는 국민서명으로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특조위 예산을 주지 않는 등 정부가 집요하게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각 분야 담당자가 나와 내용을 설명하고, 주요과제를 짚는 식으로 진행됐다. 장훈 진상규명분과장(고 장준형군 아버지)은 "저희(유족)도 세월호 가족이 아닌 일반 국민으로 살고 싶다"며 "아들 준형이가 없는 세상에서 제가 사는 이유는 돈도, 명예도 아닌 진실을 알기 위해"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각 분야 발제를 담담히 듣고 있었지만, 회견 말미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 영상이 공개되자 술렁였다. 지난해 6월과 9월, 또 올해 3월 촬영된 영상을 차례로 보던 유족들은 끝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상에 나온 어두컴컴한 바닷속 세월호 선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확연히 녹슬어 있었고, 선체 표면 곳곳에는 해초도 붙어있었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고 정동수군 아버지)은 "정부가 작년에 설치하겠다던 차단봉과 그물망은 물론, (시신과 유품의) 유실대비를 한 흔적조차 없었다"며 "반드시 인양 전 유실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계속 유족의 수중촬영을 불허할 땐, 정부의 미수습자 유실방지 조치가 매우 부실하게 진행된 내용이 담겨 있는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과 상세 과제는 4·16연대 홈페이지(링크)에서 볼 수 있다.

 29일 오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공동주최로 '세월호 인양에 관한 특별과제와 진상규명, 안전사회, 추모지원에 관한 82대 과제'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진도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를 수중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었다.
ⓒ 권우성
[진상규명]304명 희생에도 처벌 극소수"청와대 구조방해" 의혹도

유족들은 특히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이날 과제에도 ▲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구조적 원인과 침몰의 직접적 원인 ▲ 해경과 청와대의 부실대응 및 진상 은폐 시도 등 진상규명 과제가 33개로 가장 많다.

구조 실패의 형사 책임도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을 뿐(1심 징역 4년→항소심 징역 3년), 관련된 상부 책임자들은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주민 4·16가족협의회 변호사는 ▲ 정부가 구조 초기 해군 투입을 막았고 ▲ 미군의 도움과 소방본부의 구조 시도도 거부한 점을 들어 "이는 123정장의 결정이라기보다 해경 지휘 선상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목포해경 서장 등 지휘라인에 대한 감사원 징계 요구가 있었지만, 처분은 없었다, 이들은 각각 퇴임하거나 이직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자료에 보면 모두 대통령을 지휘체계 책임자로 하고 있고,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 위기에 대한 종합 지휘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재난구조의 컨트롤 타워는 아니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책임회피 목적의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족들은 구조를 지휘했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구조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내놨다. 박 변호사는 "청와대는 참사 당일 오전 9시 20분~10시 40분까지 총 21회 해경과 통화했는데, 이중 현장 영상을 요구하는 통화만 8회"라며 "오히려 구조를 방해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 10분 내로 도착할 것 같다"는 해경청의 말에 청와대 직원이 "다른 거 하지 말고 영상부터 바로 띄우라고 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나오는 녹취록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공개돼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안전사회·추모지원]"생존학생 자살시도만 4번, 실질 지원 마련해야"

안전사회 분야에는 ▲ 세월호 참사 관련 법·제도 검토 및 선박사고 예방 ▲ 안전사회를 위한 재해·재난대응체계 수립 등 참사의 반복을 막기 위한 과제들이 담겼다. 발제한 최명선 4.16연대 안전사회위 위원은 "정부가 스스로 꼽은 참사의 직접 원인이 민관유착 비리임에도, 실제 당사자는 대부분 항소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며 법이 미비해 무죄를 받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시했다.

실제 세월호 부실 점검에 책임이 있다고 기소된 한국해양안전설비 사장과 이사는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형이 줄어 풀려난 상황이다. 최 위원은 "앞으로 시민과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을 일으킨 실질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및 추모 지원도 시급한 상황이다. 발제를 맡은 박진 4.16연대 운영위원은 "피해자 전수조사는 지원책의 출발점이나, 정부는 생각조차 않고 있다"며 최근 시행된 피해자 인권실태조사 사례를 말했다. 이에 따르면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치유를 받을 권리'조차 죄책감으로 느끼고 있었고, 생존학생 중 자살시도도 4번 이상이었다.

실제 지난 5월 8일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가족이 자살하기도 했다. 박 위원은 "작년 9월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해 암 투병을 한 유족 부모만 해도 9명이고, 참사 후 발병한 암으로 사망한 부모도 있다"며 "죽어서도 차별받는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 등 이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82대 과제 발표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가 과제들을 받아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최선을 다하라는 요구인 동시에, 과제가 완수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향후 이 자료를 특조위와 국회 등에 제공하고, 추후 주요 과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세월호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과제 발표) 소식을 들었다"면서 "특조위도 자체 조사를 하겠지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8월 중순쯤 피해자 유족들이 직접 신청하는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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