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앞에서 작아지는 피의 힘..재벌가 절반 경영권 분쟁

엄성원 기자 2015. 7. 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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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2대에 걸쳐 갈등 반복..삼성, 현대, 두산 등도 예외 없어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롯데, 2대에 걸쳐 갈등 반복…삼성, 현대, 두산 등도 예외 없어]

롯데그룹이 2대에 걸쳐 집안싸움에 휩싸였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이 막대한 부 앞에서 서로 등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신격호-신춘호, 신동주-신동빈…대물림하는 집안싸움=롯데의 첫 번째 집안싸움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동생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라면사업을 놓고 충돌했으며 두 형제는 이후 줄곧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춘호 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 1965년 롯데공업을 통해 라면사업에 뛰어들었고 이에 신격호 회장이 진노하면서 둘 사이가 틀어졌다. 결국 신춘호 회장은 형과의 갈등 속에 롯데공업의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계열에서 떨어져 나왔다. 형제간의 앙금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롯데마트가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롯데라면을 선보이면서 형제간 라면 전쟁 2라운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들 대에서의 갈등은 한층 복잡하다. 아버지와 두 형제가 얽혔다. 아버지와 형이 기습적으로 지주사 이사회에서 동생의 해임을 시도했고 동생이 다시 정식으로 이사회를 소집, 아버지를 이사회에서 배제시켰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롯데그룹 측에서는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연로한 아버지(신격호 회장)를 이용해 무리하게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와 형의 의견을 힘으로 뒤집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격호 회장의 의중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한쪽에 면죄부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경영권 갈등은 지난 27일 시작됐다. 아버지 신격호 회장과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27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일본 도쿄로 건너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롯데홀딩스 이사회 7명 중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의 해임을 발표했다.

신격호 회장이 해임한 이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물론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쓰쿠다 부회장은 '원롯데 원리더'(One Lotte, One Leder)을 공공연히 말하며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경영 통합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인물.

신격호 회장 본인 판단에 의한 것이든 신동빈 전 부회장의 설득에 따른 것이든 이번 이사 해임 발표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그 측근을 배제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이에 신동빈 회장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은 28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신격호 회장 등의 이사 해임 발표가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닌 불법적인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신과 쓰쿠다 부회장 등의 이사 해임을 무위로 돌리고 대신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박탈, 명예회장으로 아버지를 퇴진시켰다.

사실상 신격호 회장에게서 경영실권을 박탈하고 명예직으로 강등시킨 것. 이전까지 말 한마디로 한일 롯데를 호령했던 신격호 회장의 경영 장악력이 많이 쇠퇴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진 집, 집안 싸움은 일상다반사=재벌가의 경영권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 40대 그룹사 중 18곳이 총수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국내 최대 그룹사인 범삼성가에서는 지난 2012년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간 형제 소송전이 벌어졌다. 2000년대 초반 벌어진 몽구, 몽헌 등 현대가 2세간의 후계자 다툼은 아버지가 평생 일궈놓은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등으로 조각나는 빌미가 됐다.

두산그룹도 창업주인 박두병 전 회장의 사후 2세간 갈등으로 아픔을 겪었다.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내어놓은 그룹 총수 자리가 3남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에게 돌아가자 차남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이 반발, 동생을 비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동생에게 비수를 던진 박용오 전 회장은 결국 가문에서 제명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대에 걸쳐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이 삼양타이어(현 금호타이어)를 놓고 동생과 다툼을 벌였으며 아들대에서는 계열분리 과정 중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이밖에 효성그룹에서도 조현문-현준-현상 형제간 경영권과 관련한 갈등이 검찰 고발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빚어졌고 한라그룹과 태광그룹도 각각 형제간, 남매간 재산 상속 분쟁으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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