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15년래 최저치..美 금리 올리면 치명상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신흥국 통화가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증시 불안, 속절없이 떨어지는 원자재값,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삼중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주요 10개 신흥국 통화 가치를 반영한 JP모건신흥시장통화지수는 70선으로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라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브라질 헤알화와 콜럼비아 페소는 올 들어 각각 22%. 17% 하락했다. 2013년 이후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20%, 인도네이사 수피아화도 27% 넘게 가치가 떨어졌다.
신흥국 통화가치를 떨어트린 시발점은 원유나 철광석, 구리 같은 원자재값의 추락이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주요 신흥국 가운데 원자재 수출국이 많기 때문이다. 통화가치 하락의 바탕에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원자재가 달러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달러 값이 오르면 원자재값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 경제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 원자재 수요도 준다.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으로서는 경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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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갈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의 불안은 상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것”이라며 “시장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상품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통화만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터키 리라도 올들어서만 15% 급락했다. 정치적 불안정 탓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브라질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도 정치적 위기를 총체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美 금리 인상이 치명타 줄 수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외환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면 신흥시장에 유입됐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떨어진 것도 이런 상황에 대비해 외환시장이 미리 움직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통화가치 하락이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 반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채무상환 부담 역시 커져 금융시장을 위협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신흥시장의 총부채는 49조달러(약 5경6864조원) 규모다.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전 세계 부채 가운데 절반 가까이 신흥시장에 몰린 결과다.
외환시장이 금융시장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통화가치 하락은 주식과 채권 시장 하락의 전조일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주식지수는 올해 10.9% 하락했다. 브라질과 터키, 러시아 국채와 회사채 금리도 치솟은(채권 값은 하락) 상태지만 앞으로 더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제임스 로드 모건스탠리 이머징마켓 전략분석가는 “연준은 늘 주목해야 할 대상”이라면서 “미국 경기지표가 개선되면서 금리인상 우려가 커질수록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의 앤드루 카롤리 교수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중국 증시 불안은 신흥시장 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면서 “달러 강세가 머지않아 많은 신흥시장에 또 다른 차원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순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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