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길'이 430만부 팔린 이유 5번의 거절과 5번의 비판

홍찬선 상무 2015. 7. 29. 13: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찬선의 세상읽기] <소설가 이철환이 말하는 우울증, 소설과 그림> ④

[머니투데이 홍찬선 상무] [편집자주] 『연탄길』로 430만권이라는 히트를 친 소설가 이철환. 그의 삶은 행복으로만 쌓여 있을까. 다시 태어나도 『연탄길』을 쓸까. 430만권이라는 숫자를 생각한다면 모두 다시 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철환 본인은 다시 쓰지 않겠다고 밝힌다. 왜?

이철환 『연탄길』 때문에 5년 동안 우울증을 알았고 13년 동안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약과 신앙의 힘으로 우울증과 어지럼증을 극복했다는 이철환. 그는 한 공개 강연에서 그동안 걸어온 삶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가 밝힌 그의 인생에 대한 스토리. <5>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홍찬선의 세상읽기] <소설가 이철환이 말하는 우울증, 소설과 그림>④]

엉겅퀴를 본 적이 있나. 보라색 꽃이 예쁘고 약재로도 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꺾으려 한다. 엉겅퀴는 자신의 꽃을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었다. 섣불리 엉겅퀴 꽃을 꺾으려다가는 억센 가시에 찔려 고생한다.

사람도 희생만 하는 정말 좋은 사람은 없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좋음과 나쁨의 양극단이 있어야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헬렌 켈러도 "태양을 보고 살아라. 너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리라"고 밝혔다. 언제나 나를 아껴주고 배려하고 칭찬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나의 문제점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430만부가 팔려 나가고 있는 『연탄길』이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나는 '5번의 거절과 5번의 비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연탄길 원고를 처음에 출판사에 보내고 난 뒤 나는 1주일 안에 책을 내자고 연락이 올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원고에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첫 번째 출판사에서는 원고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출판사에서도 거절당했을 때 그들이 무식해서 보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출판사에서도 거절당하자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출판사를 찾아가 원고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때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까지 하고 원고에 대해 비판을 듣는 게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진심어린 비판과 아픔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심으로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그런 과정에서 원고를 다시 쓰고, 32장의 그림도 그려 넣어 6번째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었다.

"진심어린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진심어린 비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진심어린 비판을 험담으로 여기면 클 수 없다. 단점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장점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백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끝장난다'고 한다. 하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이란 생각이 중요하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의 책표지에 있는 그림 의 주인공은 '자신을 인정했던 배우'다. 후배가 연극 감독이어서 대학로에 있는 극장에 갔었다. 그 때 배우들이 무대 아래서 대사를 외우면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배우는 무대 위에서 테이블에 테이블보를 '폈다 접었다'를 되풀이 했다. 그것도 2시간이 지나도록….

그리고 얼마 뒤 그 연극을 보러갔다. 연극 초반에 50살 넘은 그 배우는 어깨 위에 식탁보 하나를 얹고 무대에 나와서 관객들에게 미소를 보낸 뒤, 5M 정도 떨어진 테이블로 식탁보를 던져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그대로 덮었다. 관객들이 환호했지만 그는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등장한 것은 연극이 모두 끝난 뒤 커튼 콜 때. 대사 한마디 없이 테이블에 식탁보 까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는 눈물을 머금고 그 역할을 멋지게 할 수 있도록 연습함으로써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헨리 데이빗 서로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에 대한 태도"라고 갈파했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 낸 그 배우는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머지않아 그 배우가 한 연극의 주연 배역을 따낸 포스터를 보았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oo)를 인정하라. (oo)에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 일반적으로는 상대라고 할 것이다. 아니다. 먼저 (나)를 인정해야 한다. 나를 인정할 때 남을 인정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은 나 자신의 믿음에서 출발한다. 나의 가능성을 믿고 나를 기다려 줄 때, 남의 가능성을 믿고 남도 기다려 줄 수 있다.

홍찬선 상무 hcs@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