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팩트] 카타르리그, '돈'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풋볼리스트 입력 2015. 7. 29. 11:32 수정 2015. 7.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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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환 기자= #사례1.한국선수A는 휴식기가 끝난 뒤 소속팀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구단에서 약속한 비행기 티켓을 주지 않았다. 훈련 일정도 제대로 통보를 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팀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서 알게 됐다. 결국 비행기 표도 자비로 구입해 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런데 팀에는 A를 대체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이미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이 돌고 있었다.#사례2.한국선수B는 어느 순간부터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팀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본인을 제외한 자국 선수들은 월급을 잘 받고 있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이적할 팀을 구해오면 이적료로 월급을 주겠다는 식이었다. 사실상 방출 통보. 그렇다고 구단이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겠다는 생각도 아니었다. 미지급 급여를 받지 않겠다면 나가도 좋다고 했다.#사례3.카타르 구단C는 한국선수D의 이적료를 전 소속팀에 1년 넘게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른 곳에는 돈을 잘 쓰면서 유독 이적료를 주는 데에는 머뭇거리는 상황이다.#사례4.카타르 구단E는 1~2년 전에 뛴 한국선수F와 G의 월급을 아직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FIFA에 제소를 해도 그러든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모습이다.카타르 프로축구 스타스리그는 왕족을 기반으로 모든 팀이 구성이 돼있다. 왕족끼리 구단을 나눠 소유하며 운영하는 형태다. 구단주의 마음에 따라 예산이 책정되며 그 금액은 엄청난 액수다. 그래서 효율적인 팀 운용과 성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반 프로 구단과는 거리가 았다.카타르 구단은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으면 곧바로 큰 금액을 제시한다. 그러다가도 마음이 변하면 가차 없이 내친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 피해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의 몫이다. 일반적인 프로 계약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팀이 많아 손도 못써보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한국 선수도 예외는 없다.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사례는 모두 한국 선수 또는 구단이 실제로 당한 일이다. 수십억 원이 연봉을 받으며 최고급 집, 자동차를 제공하는 꿈의 리그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일단 계약 단계부터 구단 측이 주도권을 잡고 간다. 카타르뿐 아니라 중동 구단 상당수가 외국인 선수와 계약할 때 해지 조항을 넣는다. 2개월치 월급을 미리 주면 구단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대표적인 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보내겠다는 생각이다.연봉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제안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선수 대부분은 '내가 잘하면 별일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불법은 아니나 불합리한 계약서인 건 분명하다.한국 선수 대부분은 카타르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 성실하고 평소 개인 훈련까지 하는 한국 선수는 카타르리그에서 꽤 경쟁력 있는 카드다. 현지 평가도 좋다. 아시아쿼터 대부분을 한국 선수로 채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물론 실력이 부족해 방출당한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구단 측에서 불분명한 이유로 선수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경우가 있는 게 문제다.이런 상황은 대부분 휴식기 때 발생한다. 일단 월급이 지급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당 선수를 대체할 다른 선수들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훈련 날짜를 알려주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서 배제시킨다.한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끝까지 버틴다. 실전에 투입되지 않더라도 남은 계약기간을 버티면서 잔여 연봉을 받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먼저다.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게 일반적이다. 경기 출전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팀을 벗어나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려고 한다.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한국 선수들은 착하다. 당연히 받아야할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려고 한다.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는 잔여 계약기간까지 버티면서 연봉을 받아 떠나려고 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조금 다르다"며 "최고의 활약을 펼쳐 팀에서 잡게끔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끔 실력 이외의 변수가 작용해 배제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정서상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구단과 계약 해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미지급 급여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나가거나 이적료를 안겨다준 이후 연봉을 받고 떠나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에는 카타르 구단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갑자기 가져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새 팀을 구해와도 이적동의서를 늦게 발급하는 방법으로 끝까지 괴롭히기도 한다.과거 카타르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한 채 팀을 옮긴 한국 선수들도 꽤 있다. 구단이 특별한 합의 없이 돈을 주지 않았을 경우에는 일단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하지만 FIFA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구단에 경고를 하는 수준에 그친다. 카타르 구단은 FIFA의 경고에 꿈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FIFA의 경고를 받아들여 연봉을 주면 다행인 일이다. 이후 민사소송으로 가야하는데 이 과정도 복잡하다. 카타르 법원에서 진행할 경우 한국 선수가 승소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카타르 현지 변호사를 고용하더라도 구단 또는 왕족과 연결된 인물들이라 승소 판결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또 다른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카타르리그의 특성을 인지하고 이적을 하는 게 중요하다. 엄청난 연봉을 주는 건 사실이나 국내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카타르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부유하고 행복한 리그는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카타르리그는 중국 슈퍼리그와 함께 아시아권의 부자 리그로 떠오르고 있다. K리그에서도 카타르 리그 진출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하지만 카타르가 표면에 보이는 대로 꿈과 같은 리그는 아니다. 구단주의 마음 하나에 선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곳이다. 오롯이 팀 훈련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나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당장 큰돈을 벌 수 있으나 의외의 변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물론 이정수(알사드)나 남태희(레퀴야), 조용형(전 알라얀)처럼 구단주의 마음을 사로잡아 특별한 문제없이 활약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인:팩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표면이 아닌 이면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성실한 발걸음을 약속한다. <편집자주>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인포G] '드로그바 합류', 미국MLS 스타 '분포도'[카드 뉴스] 김병지, "BJ 감스트, 몸조심하라고(웃음)"축구계 취업희망자를 위한 '오프라인 특강' …수강생 모집[히든트랙] 아드리아노 서울 안착, 실력 아닌 '행동'이 관건[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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