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만 "방송 잘리던 날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나.."

박현택 입력 2015. 7. 29. 08:01 수정 2015. 7. 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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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박현택]

사람들은 왜 20년전 어린이 방송에 나오던 인물에 열광할까.

김영만에 대한 최근 큰 관심은 단순히 오랜만에 본 사람에 대한 반가움 때문만은 아니다. 60세가 넘어 주름살 가득한 한 '아저씨'의 존재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안기고 있다. 그의 방송을 보고 자란 20~30대들은 자신들의 어린시절을 기억하는 김영만의 말 한마디와 따듯한 표정에서 시대의 아픔을 위로받고 있다.

'반짝'하고 지나가는 '추억팔이'가 아니다. 김영만은 25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전후반 통합 33.3%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철옹성' 백종원의 7연승을 막고 1위에 올랐다. 이어 26일 오후 다음tv팟을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마리텔'에서 전반전 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어느덧 '고정 출연'에 대한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 26일 방송에는 깜짝 손님까지 등장해 시청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20년전 '김영만의 미술나라'에서 1년간 보조 MC를 담당했던 신세경은 '그 시절'의 의상을 입고 나와 김영만 옆에서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재현했다.

천안의 한 인적드문 시골마을에 위치한 김영만의 작업실을 찾아 최근 그의 인기와 과거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방송 이후 많이 바쁜졌나요.

"여기저기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데, 정신이 없군요. CF 섭외도 들어오는데, 모두 거절하고 있어요. 지금 울리는 전화도 섭외 전화네요."

- CF는 왜 거절하는지요.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관심 좀 받았다고 CF나 찍고 있으면 안되죠. 음식 관련 섭외도 있었는데,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하는데도 거절했어요. 앞으로도 교육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거절할 생각 입니다."

- 그래도 경제적인 이득을 얻고 싶을텐데요.

"자식농사 다 지어 놓은 사람이 무슨 돈이 필요해요. 기름값만 있으면 되죠. 사람들이 '어록'까지 만들어 주면서 응원해 주는데, CF라니요."

방송 중 등장한 고급 외제 승용차가 회자됐는데요.

"2억짜리 차 라고 하시던데, 제 차가 그렇게 비싼 차인지 몰랐어요. (웃음) 미국에 가는 친구가 중고차 시장에 내놓아도 큰 이득을 볼 수 없을것 같다며 제게 팔았어요. 당시 3000만원 가량 줬는데, 이곳 천안에서 서울까지 자주 사용하다보니 많이 낡고 고장도 잦아요. 물론 제 손때가 묻어 애착이 가는 차인것은 맞습니다."

- 김영만의 방송을 보고 자란 세대는 20~30대, 그들이 현재 처한 문제는 뭘까요.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도 같이 어려워져요. 먹고 살기 힘든데,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겠습니까. 제 방송을 보고 자란 세대가 바로 IMF사태때 초·중·고등학생 무렵이거든요. 그야말로 문화의 혜택을 잃은채 학창시절을 살았아요. IMF때는 문화는 문을 닫았죠. 그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문화적 위로도 못받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상처가 많은 세대죠.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됐다고 봐요.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젊은 세대만 욕하죠. 왜 그러냐고. 왜 그것밖에 못하냐고. 지금 젊은 세대는 정말 잘 해내고 있습니다."

- 잘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의미는 뭘까요.

"일상에서 예를 들어볼까요. 전 항상 편의점이나 음식점을 가면 알바생들에게 잠깐씩 말을 건네요. 전공이 뭐냐고, 많이 힘드냐고. 측은하잖아요. 저는 잠시 물건 사고, 밥먹고 떠나지만 그 친구는 새벽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는 공부를 하다가 자야해요. 다음날 일찍 강의도 가야 하구요. 그 생활 딱 1년만 해보세요. 울고 싶지 않겠어요? 잘 하고 있다는 말을 할수 밖에요."

- 그들이 김영만님으로부터 위로를 얻고 있어요.

"내가 위로를 잘 했기 때문이 아니에요. 혼자 생각을 해봤는데, '어릴적 만나다가 오랫동안 못만났던 고모부를 다시 만난 심정'들인 것같아요. 고모부는 부모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잖아요. 가끔씩 만나면 마냥 귀여워해주던 사람. 어린시절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 그 사람이 수년간 못보다가 찾아오니 다들 갑자기 넋놓고 울어버린것 같아요. '마리텔' 댓글에서 '사랑해요'라는 내용을 보는 순간 '아, 요 녀석들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어요."

- '마리텔'처럼, 앞서 본지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에 답장을 해주신다면요.

단지 어릴적 동심에 젖어 반가워서가 아니라 밖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돈걱정 결혼걱정 인간관계걱정 취업걱정하다가 어린이여러분하면 여태껏 어른인척 살아가다가 어린양부릴수있는 어릴적의 나를 마주한기분이 들어서 아직도 그렇게 불러줄 사람이 있다는것에 너무 감사해서ㅠ

"눈물이 납니다. 왜 사람들은 위안을 안해줄까. 고마워요. 힘내라는 말 밖에 할것이 없고, 지금 힘들어도 젊음이 있으니까 밀고 나가세요."

성인이 된 후에 잘 자라줬다 라고 말해준 어른은 김영만 아저씨 뿐인듯. 나 한사람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늘 잘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실수하고 있는건 아닌가 고민하고 자책하던 내게,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잘 자랐다 라는 그저 있는 그대로 "칭찬"을 해준 사람은 김영만 아저씨가 유일...

"살다보면 희망은 절망이라는 단어보다 폭이 훨씬 넓더군요. 그런데 절망쪽으로 자꾸만 귀기울이게 되요. 꼭 '나는 될꺼야'라고 외치길 바래요."

- 옛날 종이접기 방송에서 줄곧 '쉽죠?'라고 묻곤했어요.

"질문을 한게 아니었어요. '쉽죠?'는 칭찬입니다. 왜 칭찬이냐고요? 그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몰두해요. 어른들은 '쉽죠?'라고 하면 '뭐가 쉽다는거야, 어렵구만' 이라고 하시겠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것이 쉬운것이구나'라고 생각해요. 고인이된 밥로스씨도 방송 중 '쉽죠?' '참 쉽죠?' 라고 하던데, 저랑 비슷한 생각이었을것 같은데요? (웃음). 물론 저도 사실은 쉽지 않다는 걸 알죠. 아니, 만드는 나도 정신이 없고 급한데, 실제 눈 앞에 있는 사람도 아닌 TV안의 사람이 만드는걸 따라가는 아이들은 얼마나 정신 없었겠어요."

- 옛날 방송에서 종이접기 선생님이 '다소 무서웠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럴 수 있어요. 종이접기만 가르치는게 아니고, 아이들 교육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말을 많이 했거든요. '엄마 말 잘 들어야 해요, 치카치카 안한 사람 손들어 보세요', '여러분들 아직까지 자고 있는 사람들, 이제 일어나세요. 다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식이죠. 당시 코딱지들은 순진해서 방송인줄도 모르고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리텔' 채팅창에서도 '아저씨가 일어나라고 하면 놀라서 일어나곤 했다'고 하더군요."

- 과거 방송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첫 방송에서는 죽을 지경이었어요. 방송 전에 메이크업을 받는데, 38살 아저씨가 메이크업을 받아본적이 있겠습니까. 눈을 감았다가 뜨는 순간 분장사의 파우더에 눈을 맞았는데, 빨리 나오라는 스태프의 말에 그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카메라 열기에 땀은 나고, 눈은 맵고, 1주일 치를 한번에 촬영해야 하는데, 대본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얼마나 NG를 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3개월하니까 '선수'가 되더라고요. 그 후론 대본은 필요도 없었어요."

- 이제까지 만든 작품이 몇 종류 정도 되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만개 정도로 알고 있어요. 방송에서는 한번 했던 작품을 다시 하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저거 했던건데'하고 바로 알거든요."

- 방송을 그만둔 계기가 있나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네요. 'TV유치원'같은 경우는 PD가 바뀌고 개편이 있어도 저는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높으신 분'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왔다나봐요. 하루는 점심시간에 여자 PD분이 둘이 식사를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보통은 다같이 가서 떠들썩하게 먹는데 말이죠.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데, 자리에 앉은 PD가 울기 시작하더군요. 윗분 말씀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저 사람은 너무 늙은거 아니냐'라고 하셨데요. PD는 힘이 없었겠죠. 그걸로 끝이었어요."

- 예능이 아닌 종이접기 교육 방송을 다시 할 생각도 있으신가요.

"예능에서 섭외가 온다면 많이 고민하겠지만 교육적인 방송은 의뢰가 오면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합니다. 예전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많았잖아요. 지금은 어린이 프로그램이라고는 오직 만화뿐이더군요. 아쉽습니다."

- 과거 방송을 보던 친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사과를 하고 싶네요. 아저씨가 미안해요. 준비물 미리미리 알려주지 못해서. 두번째로는, 종이를 너무 빨리 잘라서 미안해요."

- 최근 대중의 관심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2살배기 손자가 제일 좋아해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TV에 할아버지 나온다고요. 자식들은 '그만 하시라'고 해요. 주목을 받다가도 한방에 잘못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구요. 아버지가 말년에 상처받을까봐 걱정된대요."

-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10년전부터 확실한 꿈이 있어요. 산골 유치원이나 도서지방 분교를 돌면서 아이들과 종이접기를 하고 싶어요. 엄마·아빠는 하루 종일 나가서 일하고 오직 학교에서만 있는 아이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없는 아이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단발성이 아니고 여러곳을 이어가고 싶어서 재작년에도 교장님들과 여러번 통화를 했는데, 이상하게 안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니, 나처럼 전화와서 애들을 가르치겠다고 해놓고는, 결국 막판에는 제품을 꺼내 장사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답니다. 가끔씩 종이문화재단에서 해외 봉사를 나가도 자비로 나가거든요. 언젠가는 꼭 이룰 겁니다."

박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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