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임 과장 父 "대한민국의 귀한 아들, 그걸로 됐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임상훈 기자 2015. 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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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 "차라리 공부를 시키지 말고 농사 지었으면 안 죽었잖아"
국정원 임모 과장의 전북 익산 고향 마을. (사진 =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국가정보원에서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모(45) 과장의 부모님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28일 임 과장의 고향인 전북 익산의 작은 마을을 찾았다.

임 과장은 이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으며 익산의 모 고등학교를 거쳐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다.

취재진은 어렵게 임 과장 부모님을 만나 정중하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어머니 황모 씨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옷을 갈아입은 아버지 임모 씨는 어머니를 여러차례 만류하며 집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우리 대한민국 5,000만 민족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믿음으로 말씀으로 이끌어 주신 아버지시여, 이분들이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저희 가정에 왔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몸바친 아버지의 아들과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또 내 아들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몸 바쳤으니 하나님께서 그 영혼 받아주시고…"

아버지 임 씨는 기도 뒤에도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에는 교통사고인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 임 씨는 "내 아들이 살아돌아온다면 다 말하겠지만 지금은 먼데로 떠났으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임 씨는 또 "무슨 복잡한 이유로 사망까지 이르렀는지… 맡은 바 책임을 다 하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 지경까지 됐더라도… 너는 빛나는 대한민국의 귀한 아들이니까 그걸로 됐다"고 힘겹게 말했다.

어머니 황모 여사는 취재진을 나무라면서도 "차라리 (막내 아들) 공부를 안 시킬 걸 그랬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안 보냈으면 지금 농사나 짓고 죽지 않았을 거 아니냐"며 가슴을 쳤다.

임 과장의 학창 시절과 최근 근황을 들러보려 고향을 찾은 취재진은 부모님이 슬픔을 가누지 못한다고 판단해 곧바로 자리를 떴다.

대신 마을 주민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숨진 임 과장의 부모님들이 고향집 앞에 나와 있다. (사진=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 임 과장 자살 하루 전 "엄마, 내가 죽으면 어떡할겨?"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극도의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임 과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하루 전 어머니 황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지난 주 CBS 취재진이 만난 한 마을 주민은 "죽기 전날 아들이 지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드랴, '엄마 내가 죽으면 어떡할겨?' 그러더랴"고 말했다.

이 주민은 "멀쩡한 놈이 죽는다는 게 말이 돼? 농담하는 줄 알았겠지, 그렇게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라며 혀를 찼다.

앞서 국정원 출신 국회 여당 정보위원회 간사 이철우 위원은 "임 과장이 죽기 전 내부 조사를 받았고 나흘 연속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해킹프로그램이 문제가 되자 국정원이 기술파트 소속인 임 과장에게 책임을 물었고, 이어 각종 내부조사가 진행되면서 임 과장이 극심한 압박감으로 전날부터 죽음을 결심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28일 만난 다른 마을 주민은 숨진 임 과장이 착실하고 동네에 소문난 효자라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은 "명절 때는 바빠서 못 내려와도 모내기 철이나 추수철에는 꼭 내려와서 지 아버지를 도왔다"며 "말은 많지 않지만 참 착실한 젊은이였다"고 회상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도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했고 (국정원)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두 군데를 한꺼번에 합격해 마을 사람들이 다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임상훈 기자]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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