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료' 하루 400원.. 이런 의료酬價로는 감염병 못 막는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5. 7. 2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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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실히 끝내자] [下] 병원 감염관리 혁신을 - 응급실부터 고치자 감염환자 격리병상 늘리고 이틀 넘으면 다른 병원으로 - 감염관리 시스템 투자 늘려야 감염관리에 비용 들지만 장기적으론 건보재정 절감

이번 메르스 사태로 병원 감염에 취약한 한국 병원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응급실이 초대형 다인실 구조이다 보니, 감염병 발열 환자가 맨 처음 찾는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 절반이 나왔다. 5~6명의 환자가 한 병실을 같이 쓰는 다인실에 가족 간병인과 문병객이 뒤섞여 있는 환경에서, 메르스 감염 셋 중 하나(35%)는 간병 가족과 문병객이 차지했다. 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 같은 후진적 병원 환경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염병 최전선 응급실 혁신해야

대형병원 응급실은 발열 환자, 입원 대기 환자, 중증·경증 응급환자가 뒤섞여 있는 시장통이다. 그러니 응급실 수퍼 전파자(14번) 한 명이 80여 명에게 메르스를 옮긴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응급실에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는 격리 병상을 늘려야 한다. 응급실은 병상 간 거리가 협소해 밀접 접촉 전염 위험이 매우 크다. 병상 간 분리 격벽이나 커튼 설치를 늘려서 최소한 감염병 환자나 면역력 저하 환자들은 그곳에 머물게 해야 한다. 응급실 입구에서는 발열 환자를 위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해야 감염 노출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응급실 과밀화 개선도 시급하다. 국내 응급실의 평균 병상률은 110%다. 100개 병상이 있으면 환자가 110명이 온다는 뜻이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려들면서 응급실을 장기간 입원 대기 장소로 활용하는 실정이다. 대개는 감염병에 취약한 암환자들이다. 이 때문에 응급실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우선은 응급실 체류 2일이 넘어서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일부 대학병원이 시행하고 있다.

경증 환자 비율이 약 30%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전국 400여개의 응급의료센터 정보를 공유해 경증 응급환자들이 진료 수준에 맞는 병원을 찾아 분산되는 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강현 회장은 "현재 응급실 운영 원가 보전율은 72% 수준"이라며 "적절한 수가 보상으로 병원이 응급실 진료 환경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감염 관리 시스템에 투자해야

우리나라 병원이 감염에 취약한 것은 감염 관리에 대한 의료수가 보상 체계가 너무나 부실한 데도 원인이 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후 '감염전문관리료'가 신설됐다.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에서 감염내과·소아과 전문의가 상근할 경우, 폐렴 등 감염병 입원 환자 1명에 한해, 30일 입원 기간 동안 1회만 청구할 수 있는데, 수가가 4410원이다. 그나마 메르스 사태 기간 한시적으로 1만원으로 올랐다. 폐렴 환자가 열흘 입원하면 하루에 400~1000원꼴이다. 중환자실, 수술실은 물론 병실마다 손 소독을 위한 알코올 젤리를 비치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 지원도 없다. 대학병원의 경우 알코올 젤리 값만 일 년에 1억여원 든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 피해 규모가 4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건강보험 재정으로 수가를 현실화해 병원 감염 관리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대거 투자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감염 관리 재정 확보를 통해, 병원 내 전염 방지 손발 역할을 하는 감염 관리 간호사를 확대 운영토록 유도하고, 감염 관리 수준을 병원 인증 평가에 중대한 가치로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종 전염병 상시 발생 시대를 맞아, 현재 170여명 수준인 감염내과 전문의 수를 늘리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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