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의 종착역 佛 '칼레의 비극'.. 난민 집결지 된 佛 항구도시 이민자 3000명 텐트 거주

손병호 기자 2015. 7. 2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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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사·교통사고 잇따라 佛 정부 차단벽까지 설치.. 열악한 환경은 사회문제

영불해협의 해저터널인 유로터널(공식명 채널터널)은 영국 포크스턴과 프랑스 칼레를 잇고 있다. 터널로는 여객용 열차와 화물열차가 다닌다. 파리 등에서 기차를 타거나 칼레에서 자동차나 화물차를 탄 채로 화물열차에 올라타면 35분 뒤면 영국에 도착한다.

요즘 이 칼레에서 사흘이 멀다 하고 이름모를 이방인들이 죽어간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가난과 전쟁을 피해 수천㎞를 달려온 난민들이다. 난민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얻어 정착하기 쉽기 때문에 영국행을 선택한다. 영국에선 망명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최소한의 생활비가 나오고 일도 할 수 있다. 또 영어를 쓰는 난민이 많아 영국을 선호한다.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칼레에서는 최근 6주 동안 6명의 난민이 숨졌다. 화물차를 몰래 타려다가 차에 치이거나 차에서 떨어지면서 죽은 경우다. 또 화물차에 탄 채로 화물열차에 실렸다가 숨 막혀 죽는 경우도 많다. 지난 23일에는 10대 난민 소년이 터널 내 열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2주 전에는 20대 임신부가 화물차를 타려다가 떨어져 그녀는 등을 크게 다치고, 뱃속의 아이는 숨졌다.

칼레에선 연중 내내 사망 소식이 들리지만 매일 같이 새로운 난민들이 도착한다. 처음 올 때는 영국에 거의 다 왔다고 부푼 꿈을 안고 오지만, 실제로 영국행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달 들어 프랑스가 화물차를 타지 못하도록 도로변에 차단 벽까지 설치하면서 밀입국 시도 자체도 어려워졌다. 차단 벽을 한참을 돌아서 겨우 화물차를 타도 대부분 경찰에 발각돼 실컷 두들겨 맞고 쫓겨나곤 한다.

밀입국 성공률이 떨어지다 보니 칼레는 어느덧 ‘밀입국자 타운’이 되어가고 있다. 가디언은 7월 말 현재 칼레 일대에 3000여명의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가 새는 찢어진 텐트,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 변변한 화장실도 없는 곳, 언제나 부족한 먹거리, 상처가 생겨도 치료할 곳이 없는 그곳에서 밀입국 성공이라는 ‘희망’ 하나로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칼레에는 교회가 생겼다. 난민들이 판자를 얼기설기 붙여서 직접 만든 교회다. 처음에는 목사가 있었는데 그 역시 얼마 전 영국에 밀입국해 지금은 공석이다. 그래도 비바람을 피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이곳에 기도를 하러 온다.

칼레에는 어린아이도 많다. 특히 척박한 환경을 뚫고 이곳까지 오느라 다친 아이들이 태반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작은 학교도 지었다. 처음엔 지붕이 없었으나 지금은 지붕도 얹었다. 프랑스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이곳을 찾아 아이들과 어른들한테 프랑스어나 영어를 가르치고, 유럽에 정착할 방법을 조언해주고 있다.

그렇게 버텨내고, 또 밀입국을 계속 시도하다보면 결국은 언젠가 영국에 가 있지 않을까. 가디언은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의 종착역은 영국이 아니라 칼레 인근의 한 공동묘지라고 전했다. 2주 전 엄마가 화물차에서 떨어져 뱃속에서 숨진 아이도 그곳에 잠들어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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