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조 전세보증금 '가계빚 폭탄' 불씨 당기나

박은애 기자 2015. 7. 29.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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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硏 분석

전세 만료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이모(30·여)씨는 요즘 집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든지 전세금을 3000만원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매월 나가는 금액이 빠듯해 월세는 힘들고, 당장 목돈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씨는 금리가 싼 김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살까 고민 중이다.

집주인 A씨는 예금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전세를 월세로 돌릴 생각이다. 은행 이자보다 월세로 받을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서다. 전세금으로 받은 돈 일부는 투자상품에 넣어 당장 현금화할 수 없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충당할 계획이다. 월세 중 일부만 대출금리로 내면 되니 부담도 덜하다.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와 전세보증금 규모 확대가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28일 “월세에 부담을 느낀 전세 세입자들이 아예 주택 매입에 나서거나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과정에서 각각 대출에 의존해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며 올 초 기준 450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보증금 규모가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세입자들이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월세 가구 수는 2010년 18.2%에서 지난해 21.8%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에 달했다. 전세가도 계속 치솟아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71.9%에 이른다.

주택시장 변화는 임차인뿐 아니라 임대인의 대출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내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통계청의 2014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임대보증금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보증금이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경우는 전체의 52.8%다. 임대업자 절반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기 위해 빚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세보증금 규모만큼 통계상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과 주담대 금리 차이는 4% 포인트 정도다. 월세로 바꾸고 대출을 받을 경우 그만큼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요인이 된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계약 후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이율을 말한다.

이 와중에 당국은 대출 기준을 더욱 완화키로 해 가계 빚 증가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다음달 1일부터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8월 50∼85% 지역과 업권에 따라 차등되던 LTV를 70%로, 수도권 내에서 50∼65% 적용되던 DTI는 60%로 일괄 적용키로 했다.

이 연구원은 “월세로의 전환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주담대 급증 요인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세부 요인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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