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아버지 업은 장남 '신동주의 반란' .. 1일 천하로 끝나

구희령 2015. 7. 29. 01: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센터 하노이’ 개관식에 롯데 삼남매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맨 오른쪽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중앙포토]

28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있는 롯데홀딩스 본사에서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일본롯데홀딩스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 직후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의 지시로 출입구 곳곳을 회색 바리케이드로 막았다. 경비원 서넛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전날에도 이곳에서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27일 오후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갑자기 롯데홀딩스를 찾았다. 신 총괄회장은 “나를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원 해임한다”고 선언했다. 차남인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도 이에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사무실을 나온 후에도 신 총괄회장이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하도록 호텔에 머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자택에 있던 신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이틀간 피 말리는 격전을 치른 한 살 터울 형제는 무척 달랐다. 신 총괄회장의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영자(73)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달리 같은 일본인 어머니(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의 피를 이어받았는데도 그랬다.

 장남은 “누가 봐도 아들”이라고 할 정도로 아버지의 흰 피부와 호리호리한 몸매를 빼닮았다. 반면 다부진 체격의 차남은 겉모습 대신 부친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과 뚝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성격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더 닮았어요. 시를 쓸 만큼 문학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 이름(샤롯데)을 따서 ‘롯데’라고 회사 이름을 지은 회장님 모습 그대로지요.”

 익명을 요청한 롯데 계열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는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반복하면서 한국 롯데를 엄청난 규모로 키워냈다. ‘사업가 DNA’만큼은 차남이 물려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친은 두 아들 모두에게 경영수업을 단단히 시켰다. 롯데에서 후계자 교육을 시키는 대신 ‘남의 회사’로 일하러 보낸 것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으로 석사를 받은 뒤 1978년 미쓰비시상사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했다. 약 10년 동안 아버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생활한 뒤 87년 일본 롯데상사 미국지사장으로 입사했다. 일본 롯데 입사 22년 만인 2009년에야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취임했다.

 동생인 신 회장도 마찬가지다. 형과 같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졸업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 81년 입사해 7년 동안 회사원 생활을 했다. 형이 롯데에 들어간 지 1년 뒤인 88년 신 회장도 일본 롯데상사에 이사로 입사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한국 근무를 뜻밖의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이 92년 재미동포와 결혼한 반면, 신 회장은 85년에 일본 대기업 다이세이건설 부회장의 딸과 혼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한국에서 입지를 넓혀갔다. 2011년 신 회장 본인이 일본 언론에 “형이 일본, 내가 한국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2013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신 회장이 그 해 6월 100억23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리자 곧바로 신 전 부회장도 9억9700만원을 주고 643주를 사는 등 지분 경쟁이 벌어졌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사업에 욕심을 낸다는 얘기가 나왔다. 부친이 이를 언짢게 여긴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보름에 걸쳐 신 전 부회장이 모든 주요 보직에서 해임되자 ‘후계구도 탈락설’이 무게를 얻었다. 지난 15일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신동빈 원톱 승계’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신 회장은 지난 주말부터 일본에서 머물며 일본 롯데 측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형은 아버지의 힘을 빌려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동생은 임원들의 힘을 모아 반격했다. 지난 27, 28일 ‘형제의 난’의 전말이다. 반전은 없었다. 이번에도 동생의 승리였다.

구희령 기자 healig@joongang.co.kr

박정희 설득한 정주영 뚝심…국산 1호차 포니 만들다

펜 필기·얼굴 대면 로그인, 윈도우10 사상 최초로…

신동빈 회장, 실질적 지주사 '광윤사' 잡아야 롯데 원톱

대구는 좁다 서울 먹겠다…'진격의 삼송베이커리'

킴 카다시안, 누드톤 속옷 입고 볏짚 위에 누워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