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km '아리랑볼' 유희관, 자신감은 150km다

박소영1.조문규 입력 2015. 7. 29. 00:02 수정 2015. 7.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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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공으로 올 시즌 벌써 12승을 올린 두산 유희관. 20승 달성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희관은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질까봐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사인공에 숫자 20을 써 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사진 배경은 서울 잠실구장 안의 광고판. [조문규 기자]
지난 17일 수원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의 해설을 맡은 유희관. [사진 두산 베어스]

프로야구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29)의 별명은 ‘느림의 미학’이다. 그가 던지는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33㎞. 웬만한 투수의 변화구보다 느리다. 유희관의 슬로 커브는 시속 74㎞에 불과하다. 일명 ‘아리랑볼’이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유희관은 가장 빠르게 12승(28일 현재 12승3패·다승 공동 1위)에 도달했다.

 유희관의 좌우명은 ‘즐겁게 살자’다. 그러나 느린 공은 그의 즐거운 인생을 항상 방해했다. 장충고 시절 꽤 잘 던졌지만 구속이 느리다는 이유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중앙대에 진학해 4년 동안 18승을 올리며 최고 투수가 됐지만 2009년 드래프트에서 하위권(2차 6라운드 42순위)으로 밀렸다. 그보다 성적이 나빠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유희관은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제구력을 키우기로 했다. 여기에 완급 조절 능력까지 갖추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희관은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16년 만에 한국인 20승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가능하다고 해도 내가 안 할 것 같다. 20승을 하면 팬들의 기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곤란한 질문은 능글능글하게 피하고, 때론 재치 있고 솔직한 답변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가 쏟아낸 말은 그의 피칭을 많이 닮은 듯했다.

 - 원래 공이 느렸나.

 “어릴 때는 구속이 느리다는 개념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가서 내 공이 느리다는 걸 알았다. 볼 스피드를 높이려 살을 찌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는데도 되지 않았다. 단점은 과감하게 버리고 장점을 더 키워 보자고 생각했다. 제구력이 있는 투수가 되기로 한 것이다. 캐치볼 할 때 상대 글러브 위치를 좌우상하로 움직이게 해 정확하게 집어넣는 훈련을 했다. 캐치볼 할 때 다른 투수들은 어깨를 푸느라 살살 던지는데 나는 전력투구를 했다.”

 - 프로에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복이 많다. 2군에 머물다 방출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13년 5월 4일 라이벌 LG전에서 니퍼트의 부상으로 내게 선발 등판 기회가 왔다. 다들 ‘왜 유희관이 나오느냐’며 의아해했다. 이기면 좋고 져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승리투수가 됐다. 니퍼트가 은인이다.”

 - 올 시즌 중반 ‘더 느린 직구’를 던지더라.

 “더 느리게 던지니까 타자가 타이밍을 못 잡더라. 그래서 일부러 느리게 던졌다. 또 여름이 되면서 체력이 좀 떨어져 힘을 조절하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 살살 던지다가 주자가 나가면 세게 던진다. 계속 마운드에 오르면서 요령이 생겼다. 상대도 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나도 변화를 주고 있다.”

 - 느린 구속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포수와 공 배합을 많이 연구한다. 그리고 경기 때는 전적으로 포수의 사인대로 던진다. 포수와 마음이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인대로 던지지 않으면 꼭 안타를 맞더라. 평소에 연구를 많이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머리를 많이 쓰지 않는다. 너무 머리 쓰다가 자기 꾀에 넘어가는 수가 있다. 실전에서는 기싸움이 더 중요하다. 자신 있게 던지려고 한다. 다른 선수들이 ‘넌 공도 느리면서 왜 이렇게 자신감이 넘쳐? 마치 150㎞ 던지는 투수 같다’고 한다.”

 -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비결은.

 “투수는 타자의 시야를 흐트러뜨려야 한다. 나는 구속 차이로 타이밍을 뺏는다. 내 직구(평균 130㎞)가 느리지만 변화구(평균 90㎞)는 더 느리다. 구속 차이가 30~40㎞ 정도 나기 때문에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 수 있다. 컨트롤까지 잘되니깐 더 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 입담이 좋아 지난 17일 퓨처스(2군) 올스타전 해설을 맡았다.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한다. 수학여행 가면 오락부장을 맡았다. 퓨처스 올스타전 해설을 할 때 준비를 많이 못해 걱정했다. 나의 2군 시절을 떠올리면서 선수들 이름을 한번씩 불러 줬다. 은퇴 후 해설위원을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난 야구를 오래 할 것 같다고 말하더라. 공이 느리고 제구력이 좋고 또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없어 손민한(40·NC)·송진우(49·은퇴) 선배처럼 40대까지 뛸 것 같다.”

 - 운전면허가 없는 ‘뚜벅이’다.

 “예전에는 지하철을 탔는데 요즘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택시를 탄다. 차 없으면 술 마실 때도 편하다. 무엇보다 음주운전으로 기사 날 일이 없는 게 큰 장점이다(웃음). 그래도 올겨울엔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다.”

 - 친화력이 좋은 편인데.

 “내가 잘생긴 외모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 여자들이 재밌고 쾌활한 남자를 좋아하지 않나. (잘생긴) 정수빈(25)과 같이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더 알아본다(웃음). 여자친구는 없다. 털털하고 쾌활한 여자가 이상형이다. 씨스타의 효린 같은 성격을 좋아한다. 내숭 떨고 청순한 여자는 내 타입이 아니다.”

 - 중앙대 시절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선형(27·SK)과 슛 대결을 해서 이겼다던데.

 “맞다. 농구선수가 어린 시절 꿈이었다. 선형이와 먼저 10점 내기하면 항상 내가 이겼다. 당시 내 별명이 ‘야구 빼고 다 잘하는 애’였다. 축구·볼링·탁구도 잘한다.”

 - 올 시즌 목표는.

 “팀 우승이다. 생각보다 일찍 12승을 해 나도 놀랍다. 20승은 가능해도 내가 안 할 것 같다. 팬들 기대치가 더 높아진다(웃음). 남은 시즌 평소대로 열심히 던지겠다.”

글=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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