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14% 깎을 때 지방세는 23%나 감면.. 지방 재정 '골병'

박병률·강현석·이삭 기자 2015. 7. 2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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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경기부양 대책마다 취득세·재산세 등 건드려지방정부 "협의 거쳐야".. 기재부는 "고통 분담" 되풀이

지역의 주요 재원인 지방세가 정책수단으로 자주 동원되는 것은 중앙정부의 부담을 지방정부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 감면으로 세수가 줄어들면 중앙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든,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리든 당장 메워야 할 책임이 있다. 반면 지방세수 부족은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구노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중앙정부의 책임 회피에 지방정부만 냉가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제도적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세 감면 결정을 내리면 지방정부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정부는 지방세법(지방세 비과세), 지방세특례제한법(지방세 감면), 조세특례제한법(국세 감면) 등을 통해 지방세를 감면하고 있다. 지방세 감면 때 지방정부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는 규정이 지난해 마련됐지만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머물고 있다.

2013년 지방세 감면율은 23.0%로 국세 감면율(14.4%)보다 8.6%포인트 높았다. 지방세 감면액은 2007년 9조7000억원에서 2013년 16조759억원으로 급증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10.8%로 같은 기간 지방세 징수액의 연평균 증가율 3.9%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방세 감면율이 이처럼 가팔라진 것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 중앙정부 재정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지방세를 건드렸다. 지방세 감면은 부동산경기 부양, 경제활성화, 임대주택 대책, 연구·개발 지원, 녹색성장 지원 등을 내놓을 때마다 등장했다. 경기부양 대책마다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은 대표적인 당근책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취득·등록세 50% 감면에 또 추가로 50%를 감면해 줬다. 2011년에도 9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율이 2%에서 1%로, 9억원 초과 주택은 4%에서 2%로 한시적으로 감면됐다. 이 때문에 2010년 3조4000억원이던 취득세 감면액은 2011년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밝히면서 대기업들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인하해 주겠다고 밝혔다. 취득세의 경우 60㎡ 임대주택 매입 때는 전액 면제, 8년 장기임대 때는 건설이나 매입에 관계없이 50%를 감면해 준다. 재산세도 규모에 따라 50% 감면부터 100% 전액 면제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지방세연구원 이선화 연구위원은 “지방세 비과세는 비영리단체나 공공기관 등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일부에 한정돼야 하지만 기업의 영업 활동까지 감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라며 “비과세가 지역개발, 경기부양 등에 포괄적으로 활용되면서 조세 형평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본적으로 협의 없이 이뤄지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세 감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지방세가 부족해지면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는 빚에 기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금은 국세 감면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7%가 배정되도록 연동돼 있어 국세가 줄어든 만큼 지방교부세도 줄어든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방세 감면은 조례로도 가능한데 국가에서 법 개정을 통해 마음대로 감면하고 있다”며 “복지비 증가 등으로 지방 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세금 감면은 국가에서 하고 고통은 지자체가 받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도 “지방세를 지자체와 협의 없이 감면한다는 것은 지방자치가 아니라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며 “지방세 조정을 할 때 지자체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지방세 감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도 돈이 없는데, 지방정부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동산 거래량이 늘어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 결과적으로는 지방재정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강현석·이삭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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