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 선언]'무능·불통' 덮어둔 채 서둘러 "끝났다".. 책임 회피하는 정부

최희진 기자 2015. 7. 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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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70일, 정부 감염병 위기대응 수준 등 의료현실 드러내'응급실 칸막이 설치·포괄간호서비스' 현장선 변화 성과도

한국 사회를 70일간 마비시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이 28일 정부의 사실상 종식 선언과 함께 마무리됐다.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대응 수준부터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는 환자들의 의료쇼핑 관행까지 한국 의료 현실의 맨얼굴을 확인하게 했다. 정부가 급하게 내걸었던 약속과 대책, 처방들은 아직도 미뤄지고 있다. ‘무능·오만·불통’의 세 키워드가 덧씌워진 한국의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다시 붐비는 삼성서울병원 정부가 사실상의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한 28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과 내원객이 병원 로비를 오가고 있다. 평소 8000명을 웃돌던 이 병원 외래환자는 부분폐쇄 조치 직후인 지난달 15일 633명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7일 5053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난 5월20일 시작된 국내 메르스 유행은 사망자 36명을 포함해 186명의 감염자를 낳았다. 초기 메르스 불씨를 키운 것은 정부의 무능이었다. 정부가 최초환자(68·남)와 ‘2m 이내, 1시간 이상’ 접촉한 64명만 격리관찰하는 동안, 최초환자와 평택성모병원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14번째 환자(35·남)는 스스로 환자인 줄 모르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오만은 메르스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확진자 발생 후 자진 휴원한 평택성모병원과 달리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13일 응급실 이송요원(55·남)이 확진된 후에야 뒤늦게 부분폐쇄에 들어갔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명단을 요구하는 정부 역학조사관들에게도 비협조적이었다. 전국의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쏠림 현상, 환자·보호자·의료진이 뒤섞여 붐비는 응급실과 비좁은 병실, 가족이 직접 간병하는 문화,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 문화는 바이러스가 번성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메르스 사태 후 의료 현장은 변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확진자 90명이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응급실 병상을 사실상 1인실로 만드는 칸막이 설치 공사를 했다. 지방에서 시범사업 중인 포괄간호서비스(간호서비스에 간병 포함)는 당초 예정보다 2년 앞당겨 내년부터 서울지역과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는 느려졌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사실상 종식 선언에 따른 후속 관리계획을 발표했으나 ‘공항 게이트 검역 유지’ 등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의료진과 환자들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의료관련감염 예방 및 관리 종합대책’에는 진전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각계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해 빨라도 8월 중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부실 방역의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없다. 구멍난 보건의료시스템의 재발방지 대책은 전무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종식 선언은 책임 추궁에서 면죄부를 받으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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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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