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에도 추락하는 증시.. 중국 "9조원 더 시장 투입"
중국 정부가 요동치는 증시 개입을 둘러싸고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처했다.
정부 스스로 시장 논리를 무시한 ‘모르핀식 처방’으로 도덕적 해이를 조장했고 정부에 대한 대내외의 정책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추가 부양책의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자니 수천만명 ‘개미’들의 아우성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폭등하던 증시가 지난 6월 말부터 폭락세를 보이자 총력전을 폈다. 1200억달러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기업공개 중단, 절반이 넘는 상장사의 거래 중단, 공안을 동원한 공매도 조사로 가까스로 시장 하락세를 막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극도로 민감해졌고 결국 지난 27일 8.48% 폭락하며 현재 증시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줬다.
기업부채를 줄이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증시 부양에 적극적이었던 중국 정부가 이제 와서 개입을 중단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샤오쥔(張曉軍) 증감위 대변인은 지난 27일 밤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는 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시장과 투자자 심리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설(증시 부양 철회설)이 악의적 조작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조사를 통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28일 성명에서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다시 되파는 조건으로 매수하는 채권) 거래를 통해 500억위안(약 9조3600억원)을 시중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 장에 4.4% 하락하는 등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감이 컸고, 정부의 구두개입과 인민은행의 부양책으로 낙폭이 줄긴 했으나 결국 1.68% 하락세로 마감했다.
앞으로도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는 시간 문제란 전망이 많다.
기업 이익이 줄어들고 부동산 거품 붕괴 등으로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바오량(祝寶良) 중국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부주임은 27일 로이터에 “주식시장 붕괴는 실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국이 금리를 내리고 추가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 공산주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노골적인 중국 정부의 개입 행태가 가져온 후유증은 깊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투자 손실을 방지해줄 것이란 생각이 경제 주체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정부가 경제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상승장을 유도했다는 의구심은 이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주닝(朱寧) 상하이교통대 고급금융학원 부학장은 27일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이전의 노력은 소모적인 것이 될 것이고, (인위적인) 증시 구조 노력을 한다면 구멍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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