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불황에 차입금 급증

나현준 입력 2015. 7. 28.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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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도 못버는데 금리오르면 후폭풍 클듯
올해 들어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물건을 판매할 때 현금을 바로 받지 못하고 외상으로 처리한 후 부족한 현금을 금융회사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 금리 인상 시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LG경제연구원이 28일 발표한 기업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금융 상장기업(628개사)의 영업현금흐름은 매출액 대비 4.6%로 전년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영업현금흐름이 낮아졌다는 것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현금을 받기보다는 어음 등 외상을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상장기업들이 올해 들어 마른 수건 쥐어짜듯 경영을 해서 수익성을 나타내는 당기순이익률은 개선됐다"며 "하지만 외상매출 등이 주를 이루다보니 바로 현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대출을 더 많이 받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자산총액에서 차입금이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차입금 의존도는 2011년 21.2%에서 2014년 18.3%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1분기 들어 0.3%포인트 늘어나 18.6%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낮춘 것도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부추겼다.

금융비용 부담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거리낌 없이 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차입금평균이자율은 2010년 5.5%에서 2015년 3.5%로 낮아졌다.

특히 수익으로 이자비용도 대지 못하는 '좀비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전체 상장기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좀비 기업의 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6%를 기록했다. 이는 좀비 기업의 평균 차입금이 작년 말보다 15.1%포인트 증가한 6774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전체 상장기업 중에서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의 비중은 일정하지만 개별 고위험 기업이 보유한 차입금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낮은 금리로 인해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놓여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 잠복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 자산 매각이나 자본 재조정 등을 통해 낮은 금리 덕분에 '연명'하는 좀비 기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박사는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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