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500 버는 체인점 그만두고 창업한 이유

오문수 입력 2015. 7. 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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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피 & 편지' 전문점 대표 박재형

[오마이뉴스 오문수 기자]

 '커피 & 편지' 푸드트럭 전문점을 시작한 박재형 대표
ⓒ 오문수
여수시 국동 어항단지 인근에는 국동항 수변공원이 있다. 2013년에 완공된 국동항 수변공원(넓이 12000㎡)은 산책과 공연,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을 설치해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휴식처이다.

며칠 전 수변공원을 산책하다 밤 10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가게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커피를 파는 가게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어서인지 한 평 남짓 되는 공간 속에서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책을 읽고 있었다. 상호가 마음에 들었다. '커피&편지'

주인에게 설명을 들었다. 이곳이 '커피&편지'가게 7곳 중 하나란다. 이런 컨셉의 '커피 가게'를 처음 기획하고, 시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연락처를 받아냈다.

대기업 체인점으로는 남 좋은 일만 할 것 같아서...

 부인과 함께 포즈를 취한 박재형 대표. 한 때 앞날이 막막해 힘들었다는 아내 허윤씨와 아이들이 오동도 입구에 있는 박씨의 가게를 찾아왔다
ⓒ 오문수
여수에서 태어난 박재형(38)씨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부유하게 살았다. 아버지가 사업을 해서 돈을 모았고 모 사립학교 이사장까지 지냈었다. 하지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자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경기도 안양으로 떠난 아버지는 공부 잘하는 아들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여수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친척 집에 맡겼다.

고등학교를 어렵게 마친 박씨는 아버지가 계시는 안양 쪽 대학에 진학했다. 24살에 대학을 마친 그는 A마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아내를 만났다. 아내와 사귀며 마트에서 5년 정도 근무하던 중, '중장비 임대업' 사업으로 재기한 아버지가 "직장 다니지 말고 사업을 한번 해봐라"고 권유해서 아버지와 함께 사업을 하게 됐다.

이제 막 사업에 재미를 붙이려는 찰나에 또다시 불행이 닥쳐왔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것. 사업을 접은 박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B마트 안에서, 식품업계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시작했다.

월매출 3천5백만 원... 손익계산을 해보니 적자

김포공항 내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라 장사는 괜찮았다. 월매출이 3천5백만원이었다. 번듯한 가게에 아르바이트생도 두고 사장님 소리를 들으니 괜찮은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손익계산을 해보았다.

▲ 본사송금 60%  ▲  카드수수료는 5% ▲  임대료 15% ▲ 직원급여 15%

매출액 중 90%가 나가고, 350만 원 정도를 집에 가져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돈 속에는 자신의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5년마다 리모델링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리모델링비 8천 5백만원. 350만 원을 전액 예금해도 5년 마다 돌아오는 리모델링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만성리 해수욕장에 있는 커피 & 편지 전문점 모습. 부인인 허윤씨가 운영하고 있다
ⓒ 오문수
사장님? 빛 좋은 개살구였다. 마이너스였다. 손해 보기 전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제야 대기업 횡포로 길가에서 현수막을 걸고 데모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리모델링을 안 하면 본사직원이 나와 위생 점검과 여러 가지 점검을 하며 꼬투리를 잡았다.

"본사횡포에 시달려 보았기 때문에 체인점하 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말려요"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낫다는 생각에 C전자 가전제품 판매 비정규직으로 들어갔다.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었지만, 앞이 안 보였다. 남들은 승진하고 월급도 올라가는 데, 자신은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들은 커가는 데 저축도 못하 고 하루하루를 살게 되니 아내와 자주 다투기 시작했다.  

소자본으로 커피 전문점 시작

어느 날 아내에게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얘기하다 커피전문점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커피를 너무 좋아했다. A마트 근무할 때는 하루에 10잔의 커피를 마셨다. 그러던 중 어느날 스타벅스에서 반자동 커피머신을 이용한 카페라떼를 먹고 커피에 대한 눈을 떴다. 커피믹스 10잔보다 맛있었다. 마음을 먹은 그는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보! 회사를 그만두면 실업급여로 3개월은 먹고 살 수 있으니 3개월만 여유를 줘요. 만약 안 되면 회사에 다시 들어가겠소"

먹고 살길이 막막할 당시 사표를 내겠다는 소릴 들은 아내 허윤씨의 심경은 어땠을까.

"신랑은 예전에도 믿음직스럽고 진취적이고 매사에 긍정적이라 사기 떨어지고 우울해 하지 않아요. 친구들도 신랑 만나면 힘이 난다고 그러더라고요. 신랑 말 들어보면 맞거든요. 하지만 착잡했죠. 어떻게 살아갈까?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전문성, 위생, 가격, 감성으로 승부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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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도 입구 커피 & 편지 전문점을 찾은 손님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오동도 구경왔다는 한 아주머니는 싸고 맛있다고 말했다
ⓒ 오문수
아내는 경기도에서 시작하라고 권했지만 박씨는 지인과 친구들이 있는 여수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4월 1일에 여수로 내려왔다

왜 하필이면 '커피&편지' 인가를 물었다. 그가 '커피&편지'라는 상호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TV를 보고 있었는데 경북 봉화에 사는 분이 '노란우체통'이라는 곳을 운영하는 모습이 나왔다. 편지를 오랜 기간 타입캡슐처럼 보관했다가 원하는 날짜에 편지를 보내주는 일이 '노란우체통'이 하는 일이었다.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영화 '편지' 속에서는 주인공 박신양이 죽었는데도 계속 편지가 오지 않는가. 아! 바로 저거다!

커피와 편지를 접목해 찾아가는 커피전문점을 만들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여행이나 관광 온 분들께 여행지에서 감동하여 쓴 편지를 1년 후에 받도록 해, 1년 전 추억을 되살려 보자는 게 상호가 가진 뜻이다. "관광지자체가 커피숍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처음 가게를 시작한 지 1년은 편지를 맡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사 가면 어떡하나요? 여기서 안 보내주면 어떡하나요? 커플들이 헤어지면 어떡하나요?"

"여러 가지 이유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사 갔더라도 발송 전에 문자를 보내겠습니다. 헤어진 사람들이 편지 받아보고 다시 만나면 되죠! 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설득했습니다"

소규모로 시작할 수 있는 박재형씨의 '커피 & 편지' 가게는 입소문이 나 벌써 8호점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호점까지는 지인들부터 시작하도록 도와주고 다음부터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게를 오픈해 전국화하는 게 꿈이다.

 밤 10시 쯤, 여수 국동항 수변공원에서 커피 & 편지 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장이 고객들이 써 준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집에 보관했다가 1년째가 되는 날 고객들에게 발송한다고 한다
ⓒ 오문수
그가 운영하는 푸드트럭을 시작하려면 차량 가격을 제외하고 170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 비록 길가에서 파는 노점상 수준이지만 절대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 현재 12가지의 커피만 취급하는 그의 가게에서는 생과일주스는 취급하지 않는다.

"생과일주스는 한 번 쓰면 바로 세척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균이 엄청나게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노점차량이지만 먼지를 막기 위해 유리 칸막이를 합니다. 비록 푸드트럭이지만 제 아이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핫도그와 라면, 어묵을 팔아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묵에는 먼지와 날벌레가 들어가기 쉬워 취급하지 않습니다. 비록 길가에서 장사하지만 전문성, 위생, 가격, 감성으로 승부 하고 싶어요"

"가게를 해보겠다고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는 그는 선택의 1순위로 장소, 2순위로 위생, 3순위로는 좋은 재료를 들었다.

1년 전에 썼던 편지를 집에 보관했다가 1년이 되는 날 발송하는 고객들의 편지는 시간과 금전적인 문제로 초창기 편지를 접수할 때 1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3천원을 받는다. 

"문자 보내면 '감사하다'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찢어주세요' 하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고객님! 편지의 소유권은 고객님한테 있으니 찢더라도 고객님이 받은 후 찢어주세요'라며 발송합니다"

 푸드트럭에 있는 작은 우체통과 커피 그림이 앙증맞다
ⓒ 오문수
흐뭇한 결과도 있다. 1년 전에 자신이 썼던 편지를 받은 광주의 한 여성이 다시 찾아와 반갑게 해후한 것. 보람과 애로사항을 물었다.

"큰 금액을 남기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분(체인점주)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애로사항이요? 아직은 어린아이 둘이 있어 저녁시간에는 장사를 못 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 겨울에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세 철 동안 열심히 벌어 겨울을 나는 것입니다."

때마침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오동도를 찾은 한 아주머니가 커피 맛을 본 소감을 말했다.

"값이 싼데도 맛있네요. 오동도와 커피전문점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고용 없는 성장시대, 젊은층 실업으로 고민하는 시대에 "노점이지만 단골손님도 생기고 맛있다며 한 자리에서 4잔을 마신 분도 있어요"라고 자랑하는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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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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