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왜 국정원을 보호할까

박순봉 기자 2015. 7. 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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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정원이 정치적 소용돌이의 도마 위에 늘 자주 등장합니까. 국정원의 본연의 역할이 뭡니까.”

국정원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정국을 한창 달궜던 지난 7월20일 국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태호 최고위원(53)의 말의 ‘칼날’은 야당이 아닌 국정원을 향했다. 이틀전인 지난 18일 국정원 임모 과장이 관련 파일 일부를 삭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알려져 야당의 공세가 거셀 때였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
김 최고위원은 “(국정원은) 그야말로 음지에서 소리 소문없이 국가의 안위와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게 본연의 임무”라며 “이런 소용돌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 국정원도 정말 반성을 해야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2년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습니다. 도입했습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것”이라며 “불법 도청 비롯해서 많은 의혹으로 인해서 국정원은 국민들이 믿는 사람들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새겨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여당 최고위원이 국정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지난 27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열린 ‘준청문회’ 성격의 비공개 정보위원회에서도 국정원에 대한 여당의 불만이 새어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새누리당 모 의원은 화를 내고 국정원이 전과자였으니 못 믿는거다, 하는 정도의 말도 나왔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원 대선 댓글 개입 사건’ ‘미림팀 불법 도감청 사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등 국정원의 ‘흑역사’가 국민 신뢰를 붕괴시켰다는 자각이 있음을 드러내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 보호가 원칙이다. 국정원이 국가 비밀 정보기관인 것도 이유지만, 때때로 여권에 유리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호 때마다 주로 등장하는 논리는 (국정원을 공개하면 혹은 공격하면) “북에만 도움이 된다” “수집한 내용이 알려지만 다칠 사람이 있다” 등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60)은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만약 민간인들에게 보여준다든지 하면 국정원은 세계 정보기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공작이라든지 대테러 대상자들과 대화한 내용을 우리가 쭉 수집해놨다. 알려지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사람도 있고 간첩 혐의를 받을 수도 있고 여러 오해를 살 수 있는 그런 게 (있다)”고도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 이철우 의원(왼쪽), 정보위원 박민식 의원
당내 일각의 비판에도 새누리당은 같은 논리로 국정원 보호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여당의 필연이다. 국정원은 ‘NLL 사초실종’ ‘북한 장성택 처형’ 등 여권 위기 때마다 안보의식을 고취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당의 지지도를 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도청을 하다가도, 미행을 하다가도 들켜 곤혹을 치른 국정원이라도 여당이 국정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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