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적응 강정호, 왜 홈런 수가 적을까
지난 24일, 피츠버그-워싱턴전. 2-0으로 피츠버그가 앞선 3회말 2사 때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강정호의 타구는 PNC 파크 가운데 담장을 향해 쭉쭉 뻗었다. 워싱턴 중견수 마이클 테일러가 따라갔지만 잡을 수 없는 타구. 강정호는 여유있게 2루에 서서 들어갔다.
베이스볼사반트닷컴에 따르면 이 타구의 비거리는 392피트로 측정됐다. 약 120m 정도 날아간 타구다. 잠실구장만 아니라면 국내 대부분의 구장에서 홈런이 됐을 타구였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인 올시즌 순조로운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팀이 치른 경기수(98경기)의 84%인 82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할8푼6리, 74안타에 31타점을 기록 중이다. 데뷔 첫 해 100안타도 가능한 흐름이다. MLB닷컴의 시즌 종료 시점 강정호 예상 성적은 타율 0.270, 13홈런, 60타점이다. 안타 수는 127개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쉬운 점은 ‘홈런 숫자’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 하더라도 강정호의 다른 기록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 OPS 0.776은 유격수로서는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 공격 기록이다.
문제는 홈런. 강정호는 292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이 5개에 머물고 있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강정호는 501타석에서 홈런 40개를 기록했다. 12.5타석 마다 1개씩 나오던 홈런이 58.4타석 마다 1개로 줄었다. 리그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4.7배나 차이나는 것은 예상 밖이다.
NC의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2시즌 동안 32.6타석 마다 홈런을 때렸고, KBO리그에서는 13.53타석 마다 1개를 때리고 있다. 테임즈의 경우를 따지면 홈런 당 타석 수는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가 약 2.4배다. 강정호는 테임즈 보다 홈런 생산에 있어 2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투수 친화적인 구장, 피츠버그의 홈구장인 PNC 파크의 영향이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4시즌 PNC 파크는 리그 30개 구장 중 두 번째로 홈런을 때리기 어려운 구장이다. 특히 우타자에게는 리그에서 가장 홈런 때리기 어려운 구장이 된다. 홈런 관련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PNC 파크는 우타자 홈런 관련 85를 기록했다. 숫자가 낮을 수록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베이스볼사반트닷컴에 따르면 강정호는 올시즌 비거리 100m(328피트) 이상 타구를 19개 날렸다. 이 중 홈런이 된 것은 겨우 5개밖에 되지 않는다. 이중 6개는 100m를 넘게 날아갔어도 뜬공아웃 처리됐다. 심지어 지난 3일 디트로이트전에서 때린 타구는 401피트, 약 122m나 날아갔지만 발빠른 중견수 라자이 데이비스에게 잡혔다. 목동 구장이었다면 충분히 홈런이 됐을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히거나, 2루타로 바뀌는 중이다.
다만, 7월 들어 강정호의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홈런 숫자의 증가를 예상케 한다. 강정호는 100m 이상 타구 19개 중 7개를 7월에 때렸다. 이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투구 궤적 등에 적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MLB닷컴은 강정호가 남은 시즌 홈런 8개를 더 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경기의 60%가 소화된 시점에서 홈런 5개지만 남은 40% 일정 동안 이보다 더 많은 8개의 홈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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