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산하기관, 공사中 전신마비된 업자 치료 외면

전상후 입력 2015. 7. 28. 17:12 수정 2015. 7. 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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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북부산등기소, "추락한 순간온수기 물통에 맞았다면 그 정도 밖에 다칠 리가 없다. 억울하면 소송하라" 큰소리.철물점 운영자 최씨 "벽 고정장치 부실로 물통 낙하, 안전사고 당한 국민 방치하는 게 국가기관 할 짓이냐" 일갈

법원 산하기관인 부산의 한 등기소가 공사 도중 순간온수기 물통에 맞아 순간적으로 전신마비가 됐다가 응급실로 후송된 수리업자의 치료비 지급 등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아 말썽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시쯤 부산 북구 구포동 소재 부산지법 산하 북부산등기소 다용도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태원(53·다문화가정)씨는 등기소 측으로부터 물이 새는 전기순간온수기 시스템을 수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출장, 10분 정도 수도꼭지와 연결된 밑부분을 작업하던 도중 위쪽 벽에 걸려 있던 수십㎏에 달하는 물통이 떨어지면서 경추(목뼈)를 강타당해 기절했다.

◇북부산등기소 다용도실의 순간온수기 물통이 걸려 있던 벽면 고정장치가 벽면에서 튀어나왔 뿐 아니라 고리가 L자로 휘어져 있다.

사고 직후 다용도실 바닥에 쓰러진 최씨는 다행히 수돗물이 터져 넘쳐흐르면서 정신이 돌아왔고, 직원들이 곧바로 달려와 밖으로 끄집어낸 뒤 119구급차 편으로 인제대백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최씨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응급진료를 받은 뒤 병실이 없어 인근 정형외과로 이송돼 지금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미 인제대백병원에 응급실 진료비 100만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해 수백만원으로 추정되는 치료비 모두를 부담해야할 처지다.

최씨가 사고 후 며칠 만에 친구의 부축을 받아 현장에 가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 2년 전에 설치된 순간온수기 물통은 하중을 받는 받침대가 없었다. 또 벽에 부착된 물통을 거는 고정장치의 고리가 L자로 휘어진데다 고정장치가 애초 부실시공돼 벽면에서 떨어져나와 있었다.

◇순간온수기 물통의 낙하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 지 수리업자 최태원씨의 목뼈를 1차 강타하고, 2차로 부딪친 싱크대가 움푹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물통이 바닥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벽면도 콘크리트벽이 아닌 블록이나 벽돌로 쌓은 것으로 단단하지가 않아 무거운 물통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받침대 등 별도의 특수장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북부산등기소 김봉춘 소장은 “혼자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큰 물통에 맞았다면 그 정도 부상을 입었을 리가 없다. 더 크게 다쳤을 것이다.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아마 물통을 피하다 다친 것 같다. 사고 직후 피해자의 정신이 멀쩡했다. 내 돈으로 물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억울하면 소송하면 된다”고 황당한 설명을 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최씨가 순간온수기 부분을 만지는 바람에 떨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최씨가 전했다.

◇벽면에서 떨어진 순간온수기의 물통. 수돗물을 이송하는 호스가 달려 있고, 뒷면 고정장치에 거는 플라스틱 장치가 파손돼 있다. 최태원씨 제공

그러나 순간온수기 물통은 사다리가 없으면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이 2m 정도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현장에는 사다리가 없었다.

최씨는 “수도꼭지와 연결된 밑부분을 풀고 물이 안새게 하는 마개(일명 매꾸라)를 채울 생각으로 머리를 숙여 작업을 하던 중 물통이 목뼈를 강타했기 때문에 바로 큰 대자로 쓰러졌다가 수돗물 때문에 깨어보니 팔·다리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다”며 “순간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을 치니 손 발의 신경이 조금씩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당시 목뼈 부위가 발갛게 부어 올라 충격 흔적이 뚜렸했다”며 “작업도중 안전사고를 당했는데 병문안 한 번 없이 내 팽겨쳐 놓는 것이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기관이 할 짓이냐”고 일갈했다.

부산=전상후 기자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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