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판 '왕자의 난'..신격호 '의중' 어디에(종합)

입력 2015. 7. 28. 16:53 수정 2015. 7.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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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국내 유수의 재벌가에서 다시 '왕자의 난'이 발생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창업자이자 총괄회장 이후 후계 구도를 놓고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60) 한국 롯데그룹 회장간의 분쟁이 표면화한 것이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에 이어 15년만이다.

일단 27∼28일 일본에서 시도된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 시도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현재로선 신 회장의 지배체제가 공고해 보이지만 신 총괄회장의 뚜렷한 '의중'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신 전 부회장의 보유 지분도 엇비슷해서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 신동빈 한일 롯데 장악후 10일여만에 신동주 반격

지난 15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지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해도 후계 경쟁은 그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일찌감치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데 이어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일본 롯데그룹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때문에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에 일말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었지만 결국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차지하면서 누가봐도 신 회장의 후계자 '낙점'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신 회장도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된 직후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신의 경영권 승계가 총괄회장의 뜻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27∼28일 예상하지 못한 일련의 사건은 롯데의 후계구도와 경영권에 아직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가장 결정적이고 약한 고리인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이번 사태의 촉매가 됐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허'를 찔렀다. 그가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비밀리에 일본으로 건너갈지는,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진을 해임할지는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 결정은 신 회장의 반격으로 무효가 됐다. 신 총괄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되면서 하루만에 '반란'은 진압됐다.

◇ 형제 지분 비슷…신 총괄회장 지분 승계가 관건

이처럼 부자(父子)간의 '해임'까지 일어난 혼란 속에서 가장 궁금한 대목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있느냐는 점이다.

작년말 신 전 부회장을 잇따라 해임하고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신 총괄회장의 뜻인지, 아니면 27일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진심인지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 일본행이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등이 전적으로 총괄회장 본인의 의지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의 '배후 조종설'을 암시했다.

일단 이번에 신 총괄회장이 전격적으로 해임되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 측면에서는 신동빈 '원톱 체제'가 오히려 더 굳어졌다.

하지만 주식 지분을 보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이어주는 회사가 일본 비상장법인인 광윤사(光潤社)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7.65%를 갖고 있고,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호텔의 지분 19%를 갖고 있다.

광윤사 지분만을 보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29%씩 보유하고 있고 신 총괄회장 지분은 3% 정도지만, 12% 지분율을 가진 '우리 사주'가 신 회장 편인 것으로 알려져 신 회장이 유리한 국면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이 20% 안팎으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 정도로 두 아들보다 높다.

두 형제는 롯데홀딩스를 통해 호텔롯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지분은 전혀 없다.

한국 롯데의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 롯데쇼핑을 보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3.45%로 불과 0.0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밖에 올해 초 기준 공시에 드러난 두 형제의 지분율은 ▲ 롯데제과 신동빈 5.34%, 신동주 3.92% ▲ 롯데칠성 신동빈 5.71%, 신동주 2.83% ▲ 롯데푸드 신동빈 1.96%, 신동주 1.96% ▲ 롯데상사 신동빈 8.4%, 신동주 8.03% ▲ 롯데건설 신동빈 0.59%, 신동주 0.37% 등이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제과 등 1∼2% 지분), 셋째 부인 슬하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롯데쇼핑·롯데삼강·코리아세븐 등 1% 안팎 지분) 등도 일정 지분을 갖고 있다.

만약 신 전 부회장이 이들과 손잡고 신 회장에 맞서 지분 경쟁에 나설 경우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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