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된 시장개입..中 '개미'들 정부조치 촉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정부의 계속된 증시개입이 중국의 주식 투자자들에겐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 됐다.
중국 증시가 8년여만의 최대 낙폭으로 급락한 이튿날인 28일 상하이 증권가의 투자자들은 또다시 폭락장이 이어지지 않을까 불안감에 떨면서도 중국 정부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기대했다.
'구민'(股民)으로 불리는 중국 '개미'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살려놓은 것이 정부 당국의 유동성 공급, 주식 매입 등 시장개입 조치였던 만큼 이번에도 다시 정부 당국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장을 마치고 상하이 푸둥(浦東)의 둥팡(東方)증권 영업점 객장에서 만난 소액투자자 둥(董) 모씨는 "투자자 주식 2종목 모두 하한가를 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지만 정부가 시장을 안정화시켜 다시 만회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전날 당국의 증시안정자금 회수 우려와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8.48% 폭락했다.
중국 금융전산업체인 Wind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상하이와 선전 두 증시의 시가총액은 61조3천200억 위안 규모였으나 27일 폭락후 56조 7천600억 위안으로 줄어들었다.
중국내 증권계좌를 가진 5천98만 명의 주식투자자로 나눠 계산하면 하루 만에 개인 투자자 1명당 평균 8만9천400 위안의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린(林) 여사로 자신을 소개한 한 투자자는 "1천 개가 넘는 종목이 상한가 친 것도, 하한가 친 것도, 또 거래정지된 것도 봤으니 이제 주식투자 인생도 끝내야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의 한 투자자는 "요동치는 주식시장에 질려 이제 객장에 안나오려 했는데 정부 조치가 기대돼 또 나와보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은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외국에서 만들어낸 말일 뿐"이라며 "성장률이 7%대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이며 세계 경제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정부당국의 조치에 따라 투자심리가 좌우돼 등락폭이 10%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의 특징을 보인다. 이달초 증시폭락을 중국 정부는 온갖 안정책과 부양책으로 다시 반등시켜놓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도 증시안정자금 회수설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한편 역환매조건부 채권(RP) 거래를 통해 500억 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악의적인 공매도 행위에 대한 점검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09% 하락한 3,573.14로 개장했다가 낙폭을 점차 줄여나가며 장 마감을 40분여 앞둔 오후 2시50분(현지시간) 현재 3,668.02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선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시장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지만 과도한 정부 개입이 시장왜곡과 신뢰도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하는데 망설이는 모양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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