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뜯어보니 '복마전'..보훈처는 '불구경'

2015. 7. 2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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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132만 예비역의 단체인 재향군인회가 '복마전' 수준의 비리 투성이 조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감독 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복지부동'의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보훈처가 28일 발표한 향군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취임한 조남풍(예비역 육군 대장) 회장은 지난달 1일 향군 경영본부장에 조모 씨를 임명했다.

경영본부장은 향군의 전체 살림을 책임지는 핵심 요직이다.

조 회장은 경영본부장에 조 씨를 앉히고자 지난 5월 8일 경영본부장에 임명한 사람을 불과 21일 만에 해임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조 씨는 향군의 경영을 책임지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이었다.

2011년 3월 향군 유케어사업단장으로, 4개 상장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지급 보증을 해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끼친 최모 씨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조 씨는 최 씨가 운영하는 기업의 사내이사이기도 했다.

최 씨의 형이 지난 5월 27일 조남풍 회장을 면담한 직후 조 씨가 경영본부장에 임명된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아니나다를까 조 씨는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 씨의 BW 사건에 관한 소송에서 향군이 채권 회수액을 214억원으로 적어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철회하고는 채권 회수액을 415억원으로 부풀린 서류를 제출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군의 피해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최 씨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런 사람을 경영본부장에 앉힌 것은 조남풍 회장이 최 씨에게 '코를 꿰인' 결과라는 것이 향군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재력가인 최 씨가 향군 회장 선거에서 조 회장에게 막대한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조 회장은 이달 초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 사람들 외에도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며 사실상 시인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는 조 회장이 최 씨의 자금 지원에 힘입어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약 240명에게 수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뿌려 회장에 당선됐다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향군 회장 선거가 부정선거 논란으로 얼룩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향군은 군에 상당한 규모의 납품을 하고 있으며 산하에 향군상조회, 코레일 객차를 청소하는 향우산업, 군의 고철을 처리하는 향우실업 등 10개 업체를 거느리고 있어 이권이 결코 작지 않다.

금품 살포를 통해서라도 회장직을 따내 각종 이권사업으로 한몫 챙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그러나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132만 예비역의 회비로 유지되는 향군이 복마전에 빠져드는데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도 보훈처는 의혹의 뿌리인 지난 향군 회장 선거에 대해서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손도 대지 않았다.

'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보훈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다.

나라를 지킨 사람들에 대한 보훈을 주업무로 하는 보훈처가 예비역의 대표 단체인 향군이 '썩어가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훈처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향군은 빚이 5천500억원에 달해 파산 위기로 치닫고 있다. 향군은 서울 잠실에 지은 30층짜리 재향군인회관도 세를 내고 빚 이자를 갚는 데 쓰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향군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군의 한 직원은 "부패의 악순환을 뿌리뽑지 않는 한 향군의 미래는 없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로 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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