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후보들, 폭스 TV 토론회 앞두고 '튀어야 산다'..트럼프 탓?
전기톱으로 세법 인쇄본 자르고 휴대전화 박살 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튀는 유세'로 지지층 유인에 나서고 있다.
잇단 막말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며 예상 밖의 선두를 질주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존재가 여론조사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의 기행을 더 부추기는 듯한 양상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16명이 난립한 후보군 중 여론조사에서 상위 10위안에 든 후보만 참가할 수 있는 폭스 뉴스의 TV 토론회를 열흘 앞두고 공화당 후보들의 이런 '황당 선거전'을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식' 튀는 유세에 처음 동참한 사람은 지난 21일 자신의 선거 홈페이지에 전기톱으로 세법 인쇄본을 자르는 동영상을 올린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전자 기타로 연주한 미국 국가를 틀어놓고 7만 쪽 분량의 세법을 불에 태우거나, 톱밥제조기에 넣어 분쇄하는가 하면, 직접 전기톱을 들고 산더미처럼 쌓인 세법 인쇄본을 잘랐다.
일률과세를 주장하는 폴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셋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나은지 온라인 투표까지 하고 있다.
다음날인 22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휴대전화기를 대형 식칼로 내리찍고 믹서기에 넣어 가는가 하면 골프채로 날려버리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휴대전화를 망가뜨리는 영상을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전쟁영웅이 아니다"는 트럼프의 폄하 발언과 관련,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한 그레이엄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해버린 데 따른 응수였다.
0.3%대의 낮은 지지율로 TV 토론회 참가가 어려워 보이던 그레이엄 의원의 휴대전화 부수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2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지도 끌어올리기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위가 높은 발언으로 트럼프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은 후보들도 있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주 유세에서 트럼프와 그의 선거운동을 겨냥해 "보수주의의 암", " 악선전과 비열, 헛소리가 섞인 유독성 물질", "비열한 영혼의 정치 운동이 공화당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등의 고강도 비난을 퍼부어 공화당 경선 레이스를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갔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26일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 핵협상 타결을 비판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인들을 '오븐의 문'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오븐 비유 발언은 나치의 유대인 집단 학살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됐으나,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 비판까지 유도했다는 점에서 '흥행' 자체에는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허커비 전 주지사를 포함해 최근 공화당의 '막말 행진'을 겨냥해 "트럼프를 언론 헤드라인에서 끌어내리려는 노력인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론 본진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가 만든 미디어 보도의 '블랙홀'에서 탈출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일부 후보들의 전략은 극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고 분석했다.
허핑턴포스트는 "걸출한 미디어 전략 또는 관심을 얻으려는 간절한 전술"이라며 "아마 둘 다 일정 부분 맞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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