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의 마법, 독설할수록 지지율 쭉쭉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2015. 7. 2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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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 유권자들, 겉으론 "저런 말을" 속으론 "시원하네"] -미풍인줄 알았는데 돌풍 매케인까지 모독했는데도 부시 제치고 공화당 1위 고수 -트럼프가 대신 날려준 펀치 이민 개혁·동성결혼 허용 등 흑인 오바마에 눌렸던 백인들 불만 쌓여 트럼프에 대리만족

2016년 미국 대선판을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가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하고 있다. CNN이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CNN은 트럼프가 18% 지지율로 1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5%로 오차 범위 내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특히 베트남전 포로였던 존 매케인 상원 의원에 대해 "전쟁 영웅이 아니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이 나온 뒤 실시돼 미국 언론들은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르는 뉴햄프셔주(州) 등 주요 지역에서 트럼프는 위력을 발휘했다. NBC 조사에서 트럼프는 뉴햄프셔주에서 지지율 21%로, 2위인 부시 전 주지사를 7%포인트 앞섰고, 아이오와주에서는 워커 주지사(19%)를 2%포인트 차이로 뒤쫓았다.

'반짝 인기' 같던 트럼프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대권 주자로 그를 받아들이기 싫어했던 뉴욕타임스가 "단순한 구경거리에서 뉴스거리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정하는 등 '신드롬 분석'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지지자가 다수인) 미국 내 보수 백인들이 갖는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불법 이민을 포함한 소수계 이민자 증가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동성결혼 허용 같은 가치관의 진보화로 위축됐던 이들이 트럼프의 '막말'에 속 시원해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뉴멕시코주에 이어 히스패닉계가 백인을 제치고 최다 인구가 됐고, 2060년이면 백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44%밖에 안 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기세에 눌려 있던 백인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이민 개혁에 대해 공화당 내 주류는 제대로 보수를 대변하지 못했는데, 트럼프는 '막말'과 '기행'으로라도 대리만족을 안겨준다는 분석이다.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추락하는 미국의 위상에 불만을 가진 분노의 보수층이 미국의 자유를 위해 강펀치를 쏟아내는 트럼프에게 열광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매체는 부시와 힐러리 집안의 20년 권력 분점을 지겨워하는 유권자들이 또 다른 '부시 대 힐러리' 가문의 대결 대신 제3의 대안을 택했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는 성공 신화를 갖고 있다. 연방선거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가지고 있는 직위만 400개가 넘고, 재산은 수조원이나 된다. 다른 주자들이 기를 쓰고 모으는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워싱턴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을 자극했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살아있는 성공 신화에 대한 갈망"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트럼프의 대권 쟁취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많다. CNN은 트럼프가 공화당 주자 가운데는 지지율이 1위지만 선거판 전체 판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는 20%포인트 가까이 뒤처졌다. 반면 부시는 샌더스와는 대등했고, 힐러리와도 오차 범위 내에서 경쟁했다. 게다가 트럼프에 대한 반감(전체 유권자의 59%)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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