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뷰티 열풍 부는 뉴욕을 가다 - 한국 BB크림 돌풍 이어 최근엔 마스크 팩이 '대세', 직원에게 "이게 뭐냐" 묻고 사용법 배워가기도..

뉴욕(미국) = 백예리 기자 입력 2015. 7. 28. 10:16 수정 2015. 7. 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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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뉴(What's new)?"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에 들어선 디바 벨레즈(Diva Velez)씨는 곧장 점원에게 다가가 신상품이 뭐가 들어왔는지부터 물었다. 한국 아이돌 가수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온갖 한국 화장품을 섭렵했다는 벨레즈씨는 쇼핑을 할 때면 신상품부터 살펴본다. 벨레즈씨는 이미 시간대별·상황별로 사용하는 화장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K뷰티 헤비 유저(heavy user·구매빈도가 높은 사람)다. 신상품 탐색이 끝나면 기존에 사용하던 화장품 중 다 쓴 것을 재구매하는 게 그녀의 쇼핑 패턴이다. 벨레즈씨는 한번에 12가지 종류의 화장품을 구매해보기도 했다.

"낮에는 에뛰드 하우스의 원더 포어 프레쉬너 토너(Wonder Pore Freshner Toner)를 쓰고, 밤에는 싸이닉의 피그 콜라겐 젤리 크림(Pig Collagen Jelly Cream)을 씁니다. 미샤의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Time Revolution The First Treatment Essence)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직업 특성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기 위해 네이처 리퍼블릭의 내추럴 수 미스트(Natural Soo(水) 95 mist)를 주로 사용합니다(웃음)."

-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에서 고객들이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백예리)

K팝스타처럼 피부 좋아지고 싶어 한국 스킨케어 제품 구매미국 영화평론 매체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에서 대중문화(Pop culture)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벨레즈씨는 K뷰티 마니아이자 전도사다. 2년 전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키가 에뛰드 하우스의 모델로 활동했을 때, 한국 화장품을 처음 접했다. 키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피부 비결이 에뛰드 하우스의 토너와 BB크림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제품을 찾아내 구매했고, 직접 사용한 뒤 한국 화장품의 품질에 푹 빠졌다. 그 이후 친구들과 주변 동료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권해왔고, 그들이 경험한 결과 또한 '대만족'이었다.

벨레즈씨는 "샤이니의 키를 알기 전까진 한국 화장품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한국의 스타들처럼 좋은 피부를 갖기 위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이어졌다.

"한국 화장품은 패키지가 귀엽고 눈길을 사로잡아요. 디자인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효과가 좋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 화장품을 사용해봤는데 80%가 매우 만족스러웠어요.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죠. 수입화장품은 비싼 것이 일반적인데 다른 미국제품, 유럽제품보다 저렴합니다.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인 '안티에이징' 효과 측면에서도 훌륭해요(웃음)."

장소를 옮겨 플러싱 메인스트리트(Flushing Main Street)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미샤 매장을 찾았다. 여럿이 함께 온 중국인 고객들이 매장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매장 직원 크리스티나 위엔(Christina Yuan)씨는 "이곳은 주로 중국 고객들이 많다"며 "매장에 와서 화장품을 테스트 해보고 맘에 드는 것을 주로 사간다"고 말했다. 제이 안(Jay Ahn) 미샤 총괄 매니저는 "중국 고객들은 한국 드라마나 연예인을 좋아해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 화장품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 "드라마 '대장금'의 이영애,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가을동화'의 송혜교가 그들의 뮤즈(Muse)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각종 과일 모양 케이스의 핸드크림이 진열된 매대였다.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미셸(Michelle)씨는 "미국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의 패키지가 많아서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승미 토니모리 뉴욕지사 대표는 "토니모리는 케이스를 만드는 회사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면서 만든 브랜드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실험적인 케이스 디자인이 많다"며 "토니모리가 외국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강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가 '키스'를 테마로 진행한 브랜드 론칭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국내 브랜드숍으로는 최초로 세포라에 입점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키스키스 립 에센스 밤' 용기 디자인을 미국 현지인의 취향에 맞게 메탈릭 색상으로 다시 디자인했고, '뽀뽀립밤(Bbo Bbo Lip Balm)'이라는 이름으로 론칭해 한 주에 1000~1300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마스크 팩 매대를 주의 깊게 둘러보던 킬리아(Kilia)씨는 "한국 화장품이 품질이 좋고 저렴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에 왔다"며 "최근엔 마스크 팩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 대중문화전문 저널리스트인 디바 벨레즈씨는 K뷰티 마니아이자 전도사다(왼쪽). 사진은 벨레즈씨가 즐겨 사용하는 한국 화장품들.

(사진 제공 : 디바 벨레즈(Diva Velez))

마스크 시트 펼쳐 미국인에게 사용법 설명자리를 이동해 들른 차이나타운 내 스킨푸드 매장에서는 직원을 통해 '마스크 팩'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BB크림이라는 제품군 자체가 없었던 미국에 지난 2012년 BB크림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다면 최근에는 마스크 팩이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 한(Danny Hahn) 스킨푸드 뉴욕지사 부사장의 설명이다.

"마스크 팩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은 이게 뭐냐고 묻고,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고 물어봅니다. 저희가 실제로 마스크 시트를 펼쳐 얼굴에 붙여서 시범을 보여줍니다.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제품이다 보니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한 부사장은 "차이나타운에 위치하고 있어 매장 고객의 60%는 중국인, 30%는 미국인, 10%는 한국인"이라며 "중국인들은 이미 한국 마스크 팩 제품들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오시면 한 번에 20~30개씩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스킨푸드 측에 따르면 미국에 위치한 스킨푸드 매장(3개점)의 마스크 팩 판매율은 매달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마스크 팩 판매율 곡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해 한국 화장품 시장의 기반을 마련한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의 하이엔드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버그도프굿맨(Bergdorfgoodman) 등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의 브랜드가 중저가 화장품 시장을 공략해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안티에이징에 큰돈을 투자하는 40대 이상의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피부 노화가 고민이 돼 안티에이징 제품을 찾게 됐다는 사라(Sarah)씨는 친구의 추천을 받아 블루밍데일즈 백화점의 아모레퍼시픽 매장에 왔다.

에스더 동(Esther Dong) 아모레퍼시픽 뉴욕 지사장은 "아모레퍼시픽은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 지사의 매출은 매년 20%씩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요인은 '원료'다. 대나무, 녹차, 홍삼, 한방 재료 등 동양적인 원료가 주는 신비함이 서양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삼을 주 원료로 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가 뉴요커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동인비는 홍삼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정관장이 지난 2011년에 론칭한 브랜드다. 코리아타운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인 고객들이 많지만, 전체 고객의 40%는 미국인, 중국인들로 구성된다.

"얼마 전 한 미국인이 동인비 스킨로션세트와 홍삼 오일 에센스를 구매하러 왔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의사가 이 화장품을 써보니 좋다고 추천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들을 보면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정관장, 동인비, 그리고 홍삼을 주원료로 하는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 '베스프렌(Besfren)'을 운영하고 있는 이민혁 대표는 "한국의 음식, 문화, 화장품 등 우리 것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욕 현지에서 느낀 한국 화장품의 향기는 생각보다 진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고객들로 붐볐다.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을 기대해도 될 듯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억달러대였던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7억9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최근 3년 동안 평균 수출 증가율이 30%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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