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Why뉴스] "국정원, 왜 자료제출 않고 버틸까?"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5. 7. 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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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경찰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운용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김세준 기자)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긴급 현안 질의를 벌였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고 오히려 쌓여만 간다.

국정원은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말로만 설명을 하면서 믿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RCS 관련 모든 일은 임 과장이 주도 해 왔고, 임 과장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미루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정원, 왜 자료제출 않고 버틸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국정원이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말이냐?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대상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27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5시간가까이 열렸지만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이 자료를 하나도 안 내놨다"면서 "자료를 30개를 넘게 요구했는데 가져온 자료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은)'믿어주세요'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야당의 요구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인데, 자료를 내놓겠다는 시원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덧붙였다.

▶ 임 과장이 삭제한 파일이 51건이라는 거냐?

= 그렇다. 삭제된 파일이 51개라는 건 처음 밝힌 건 맞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임 과장이) 자료 삭제한 게 51개 파일인데 '대북 대테러용'이 10개이고, 31개는 국내 실험용, 10개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도 "국정원에서 삭제된 파일이 51개라고 주장한다"고 확인했다.

그렇지만 51개 파일이라는 근거는 국정원의 설명뿐이다.

신경민 의원은 "51개 파일만 지웠다는 걸 100% 확신할 수 있느냐를 몇 번 물었는데, 확신한다고 답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그 확신의 근거는 뭐냐고 하니까 근거는 뚜렷하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은 "문제는 지금 국정원이 의혹과 관련한 백업파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실제 삭제된 파일이 51건인지 100건인지 1000건인지 저희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국정원에서 '복구됐다'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 모두 복구된 것인지 혹은 특정하게 국정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간인 사찰이나 국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찰 등에 있어서는 그것을 제외하고 복구시킨 것인지 그건 아직까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밝혀졌나?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대상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국정원은 복구한 자료의 리스트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정보위원은 "국정원은 51건 자료의 리스트만 보여줬는데 이름이나 내역이 적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무슨 자료인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삭제된 51건 외에 추가로 해킹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국회 정보위원회는 "(추가 해킹) 숫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 숫자(추가 해킹 건수)는 보고 외에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SKT IP도 실험용으로 국정원이 가진 폰이라고 해명했다. 이철우 의원은 "(야당에서) 의혹을 제기한 국내 IP주소 3개 모두 (국정원 내부의) 실험용이고 국정원이 가진 폰"이라면서 "언론에서 제기한 2개의 IP주소도 실험용이라는 것을 국정원이 밝혔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의원은 "국정원 스마트폰과 '(이탈리아 업체인) 해킹팀'의 접속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고, 번호 소유주가 실험을 한 국정원으로 딱 나온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야당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의 소유고 실험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명의가 누구 것인지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31건이 '국내 실험용'이라고 했는데 해외용으로만 사용됐다는 그동안의 설명과는 다른 것 아닌가?

= 그렇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회의에서 "RCS를 국내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을 대상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임씨도 유서에서 "내국인이나 선거에 관한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임씨가 삭제한 51건 중 31건은 '국내 실험용'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렇지만 31건이 누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또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고 있는 삭제되지 않은 해킹도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국정원만 알고 있는 것이다.

실패했다는 10건도 대상이 누구였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임씨가 죽으면서 "내국인 사찰과 선거용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그 의혹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왜 자료제출을 안 하는 거냐?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대상 해킹 의혹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국정원의 주장은 '국가안보'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안보 때문이라는 주장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지만 실제로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권안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야당이 요구하는) 로그파일 원본 제출하면 모든 국정원 보안 누출돼서 불가하다"면서 "(로그파일 공개)하면 세계 각 정보기관에서 우리 국정원을 조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은 왜 국정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하느냐? 는 질문에 "국가안보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국정원이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다른 여러 자료도 역시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을 밝힐 댓글수사 때도 국가안보를 주장했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서도 국가안보를 내세웠다.

그런데 국정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태 때 비밀등급을 급조하면서까지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국정원은 감행했다. 국정원은 유리하면 국가기밀도 망설임 없이 공개하지만 불리한 자료는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비공개를 고집한다.

문제는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야당의 힘만으로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에)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단이 지금으로써는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이) 떳떳하다면 의혹을 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니냐. 지금이라도 (로그 파일을) 제출해서 국정원이 의혹을 풀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법에 따라서 절차에 따라서 요구하는 걸 거부하는 것 자체가 본인들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나타내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사무관 한 명이 모든 일을 주도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거냐?

= 국정원의 조직이 어떤 조직인데 기술직 사무관 혼자서 다 알아서 할 수 있겠나? 이건 정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언론에서 임 과장이라고 보도하지만 임씨는 지난 4월 서기관으로 승진해서 지방 발령을 받았고 실제 해킹관련 업무를 할 때는 사무관 신분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 (윤성호기자)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RCS와 관련된 모든 일은 임 과장 주도로 해왔고 임 과장이 모든 책임을 져서 임 과장의 사망으로 상당 부분 알 수 없게 됐다는 보고가 국정원 측에서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의 전언대로라면 임 과장이 해킹 프로그램 선정과, 협상, 구매, 운용, 그리고 삭제에 이르기까지 과정 전반을 기획하고 승인하고 실행했으며 사후 처리까지 했다는 해명인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9일 국정원은 이철우 의원을 통해 "임 과장은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자기가 어떤 대상을 선정하고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대상을 선정해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기술자였다"고 밝혔다.

임 과장은 지난 4월 승진해서 전출된 만큼 삭제권한이 없는 상태였다. 신경민 의원은 "임씨에게 파일 삭제 권한은 없고, 파일을 지우려면 국장한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임씨가 파일을 삭제한 시간은 17일 새벽이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었다는 얘긴데 사실 일반 회사도 삭제권한이 없으면 파일을 삭제 할 수 없는데 국정원이라는 정보기관에서 권한도 없는 임씨가 새벽시간에 삭제를 했다는 건 국정원 내부 윗선의 개입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 국정원의 발표대로라면 임씨가 자살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 그게 가장 큰 미스터리다. 국정원의 발표대로라면 임씨는 죽어야할 이유가 없다. 민간인 사찰도 하지 않았고, 선거 사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경민 의원은 "임 과장이 목숨까지 버려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을 하지 못했다"면서 "국정원 측도 설명하지 못하고 우리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장이) '국내 사찰 없었다', '카카오톡 도감청 불가능하다' (증거는 내지 않고) 다 믿어 달라고만 한다. (정보위 회의장) 안의 분위기가 종교기관 같다"며 국정원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임씨가) 자살할 필요가 없는데 왜 자살을 했느냐? 오히려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런 생각이 지금 국정원에 파다하다. 국정원 간부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임씨는 죽을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죽은 것이다.

이제는 국회가 밝혀야 한다. 임씨는 왜 죽어야만 했는지? 또 국정원의 불법적인 해킹이 있었는지? 내국인들에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 선거용으로 사용된 적은 없는지?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줘야 한다. 국정원과 관련된 의혹이 터질 때마다 대충 덮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국민걱정원이 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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