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되고 증시는 정부 시스템일 뿐"..중국경제 불신 확산(종합)

2015. 7. 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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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정선미 기자 = 중국 경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통계조작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증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는 데다 중국 정부의 증시대응은 '금융 공산주의'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거인으로 급성장한 중국은 지난 2010년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선진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했다.

◇ 증시, 날마다 롤러코스터…초유의 상장사 절반 거래정지

중국 증시는 다른 나라 증시와 달리 장중 급등락이 잦은 편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하루 등락폭이 10%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가 자주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하루사이 700억달러(약82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오전까지만 해도 5% 가까이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급등해 결국 5.53% 상승 마감했다.

'검은 월요일'로 기록된 지난 28일에도 예상치 못한 폭락 장세에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2% 안팎의 하락세를 유지하던 증시가 막판에 폭락해 결국 8.48% 떨어졌다. 이 하락폭은 8년 5개월 만에 최대다.

지난 6월 초부터 전날까지 40거래일 동안 주가가 3%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17일로 거래일의 절반에 육박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장중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국의 정책 조치에 따라 투자심리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정부에 증시 지원을 거둬들일 것을 촉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주식시장이 (당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지 시험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상장사가 스스로 판단으로 무기한 매매를 정지할 수 있는 구조도 독특하다.

이달 초 중국 주식시장에서 폭락장이 펼쳐지자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래를 중단한 기업은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인 1천400개를 넘었다.

노무라고쿠사이 증권의 류밍디(劉鳴鏑) 중국주식연구부장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거래를 중지해도 몇 시간 정도에 그치지만, 상하이와 선전시장에서는 무기한으로 매매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시장 논리 거부하는 중국의 '금융 공산주의'

주가 폭락에 중국 정부가 과도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금융 공산주의'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또 개입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전날 중국증시가 8% 넘는 폭락장세를 보이면서 월가에서는 당국의 노골적인 개입이 차익실현을 부추기며 시장을 더 뒤흔들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시가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닌,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노골적인 비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서둘러 더 많은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런 발언이 시장에는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 완연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 붕괴 교훈은 '시장이 한번 무너지면, 당국이 개입해도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음'을 거듭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과 시장이 '신뢰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서, 베이징 쪽 목소리에 '민족주의 톤'이 가미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크게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앰플 캐피털의 홍콩 소재 알렉스 왕 자산 운용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중국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확신을 갖고 제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뉴욕 소재 에버코어 ISI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은 블룸버그에 "중국이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주식 거래)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끊이지 않는 통계조작설…심각한 당국 눈치 보기

중국이 통계 조작을 통해 성장률을 부풀리고 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98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가 급격하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10년 만의 공산당 지도부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성장률 하락에 정부가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지방정부 관료들이 전력회사에 수요 둔화 정도를 축소 보고하도록 강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매체는 기업 경영진들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부 시와 지방정부 관리들은 생산량이나 기업 매출과 이익, 세수 등을 과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통계 조작은 정부 관료들이 양호한 경제성적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중앙정부에서 승진이나 좌천, 전근 등의 명령이 내려오는 구조여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관료들은 부정적인 소식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전력업계 관리자들이 전력 사용이 감소한 것을 변화없다고 보고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부정확한 통계로 중국의 다양한 경제지표들이 1~2% 포인트씩 부풀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통계담당자들이 호황일 때는 집계치를 낮추고, 경기 둔화 때는 과장 집계해 분기 성장률을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유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2007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과거 GDP 통계 불신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리커창 총리는 당시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시절 미국 대사관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GDP 성장률 통계 수치는 "인위적"이라며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中 회사채 신용등급 부풀려졌다"

중국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산정도 믿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WSJ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 가운데 97%가 최고 수준의 등급인 'AA' 또는 'AAA' 등급을 받았다.

미국 회사채 가운데 AA등급 이상의 비율은 1.4%에 그치는 것에 대비된다.

중국 부동산업체 에버그란데는 자국 신평사로부터 최고등급인 AAA등급을 받았다. 이에 반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30억 달러가 넘는 부채 등을 고려해 에버그란데 회사채에 투기 등급인 '정크'를 부여했다.

런던 소재 리걸앤제너럴 인베스트먼트의 벤 베넷 신용 전략가는 "중국 국내의 신용평가사들이 매긴 등급은 에누리해서 듣는다"면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에 의존해 채권을 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HSBC의 그레고리 수엔 채권 투자책임자도 "중국의 AAA등급은 해외의 AAA등급과 같지 않다. 신용의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AAA등급 기업은 각기 매우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가 후한 등급을 받는 것은 '등급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3대 신용평가사를 포함해 9개 신평사 가운데 한 곳에서만 신용등급을 받으면 된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적어도 2곳의 신평사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회사채 등급을 후하게 주는 신평사를 골라잡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의 관례에 대한 규제 자체가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kong79@yna.co.kr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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