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요즘 BOK] 연봉 2800만원 한은 단순 사무직에 3400명 몰려..SKY출신까지

연선옥 기자 2015. 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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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조선일보DB

한국은행이 지난달 채용 공고를 낸 C3(일반 사무직) 채용에 3400명이 지원했습니다. 채용 계획이 20명 이내인 것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170대1에 이른 셈입니다.

막대한 경쟁률도 경쟁률이지만 지원자 면면을 본 한은 인사 담당자는 머리를 감싸쥘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채용 공고는 한은의 정책,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종합기획직(G5)이 아닌 회계, 경리, 출납, 여수신 등 한정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지원자 중에는 서울 중상위권 경제학과 졸업생은 물론 서울대, 연고대 인문계 졸업자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무직 업무는 높은 학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주로 채용됐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업계 특성화고 졸업예정자와 장애인, 일반지원자 등 3개 부문에서 지원자를 모집했고, 일반지원자 부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가 많이 몰렸습니다. 일반지원자 부문으로는 채용 계획이 1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여기에 서울 주요 대학 졸업생까지 지원서를 낸 것입니다.

한은은 지난달 낸 채용 공고를 통해 C3직의 초임 급여는 연 2800만원 수준이고, 채용 후 G5 직급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런 제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무직 채용에 고학력자들을 포함한 많은 청년 구직자가 몰린 것은 그만큼 청년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반증입니다.

또 최근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 조직의 성장이나 개인적 성취감, 높은 연봉보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정규직’을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은 일반 사무직 업무가 고학력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최근의 청년 구직난 때문에 고학력자들까지 한은 일반 사무직 채용에 몰렸다는 것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 고용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했다”며 “일반 사무직의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 적합한 신입직원을 채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인 고민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한은 일반 사무직으로 입사했을 때 ‘한국은행 직원이 됐다’는 타이틀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취업이 배우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입사 후 업무 내용을 따져보기 보다 취업 ‘간판’을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대입에 합격했을 때 어느 학과에 들어갔는지보다 어느 대학에 들어갔는 지가 더 큰 관심사인 것과 같이, 한은에 들어와서 어떤 업무를 맡는 지보다 한은에 입사했다는 것 자체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지난 27일 전체 지원자 중 서류전형에 합격한 300명을 우선 선발했습니다. 이중 필기시험과 면접 등 추가 전형을 거쳐 20명 내외의 최종 합격자를 9월 중순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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