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母 "보물이 집 밖에 있어 잃어버릴 게 없어"

최용재 2015. 7.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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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용재]

"병지는 우리 집 보배야. 보물이 집 밖에 있으니 우리 집은 문을 열어 놓고 다녀도 돼."

K리그 전설 김병지(45·전남 드래곤즈)의 어머니 박귀희(79)씨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꺼낸 얘기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가장 노릇을 하며 집안을 일으켰던 막내 아들이자, K리그 최고의 전설이 된 금쪽 같은 아들이다. 어머니로서 얼마나 막내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또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평소 박귀희씨는 남편 김시영(82)씨와 막내 아들의 경기를 많이 찾아다녔지만 최근에는 몸이 불편해 그러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남-제주전은 지나칠 수 없었다. 막내 아들이 역사적인 700경기 출전을 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자랑스러운 아들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경남 밀양에서 전남 광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전이 열린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김병지의 부모님을 만났다.

아들 김병지의 700번째 출전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경남 밀양에서 전남 광양까지 찾아온 김병지의 아버지 김시영(왼쪽)씨와 어머니 박귀희씨.

◇ 부모님의 보배 막내 아들 김병지

박귀희씨는 막내 아들에 대한 질문에 처음엔 손사래부터쳤다. 박씨는 "우리 막내 아들 자랑할 것은 많은데, 그렇다고 자랑을 해도 그렇잖아. 어머니가 아들 자랑하면 좀 그렇지"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내 당당하게 아들 자랑을 털어놨다. 아들이 곧 자긍심이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어. 전세로 하도 이사를 자주 다니니 돈을 벌어 가족들이 함께 살 집도 마련해주더라고. 자랑스럽지. 집안을 살린 장한 아들이야. 보물이 집 밖에 있으니 문을 열어놓아도 잃어버릴 게 없어."

아들을 향한 진한 사랑이 느껴졌다. 700경기 출전 경기를 지켜보던 어머니 박씨의 표정은 진지했다. 김병지가 실점 위기에 놓일 때마다 두 손을 꼭 쥐었다. 그렇지만 전남이 골을 넣자 소녀처럼 기뻐했다. 박씨는 "막내 아들의 700경기 출전 경기에 이렇게 와서 직접 보니 너무 좋아. 우리 아들 자랑스럽지. 너무 자랑스럽지"라며 연신 웃었다.

김병지의 아내 김수연(42)씨도 광양전용구장을 찾았다. 김씨는 시부모님 바로 뒤에 앉아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남편은 늘 아버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아버님은 통이 크신 분이셔요. 조금한 것에 일희일비하시지 않고 크게 생각하시는 분이죠. 남편에게도 항상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세요." 아내 김씨는 "남편이 그런 아버님을 닮았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병지의 어머니는 '엄마의 표본'과도 같은 분이다. 예전 형편이 어려웠을 때도 운동하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완벽하게 해냈다고 한다.

김병지는 이날 부모님 앞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전남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 김병지의 애틋한 효심

7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는 경기에서 김병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역시 부모님의 응원이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왔기에 김병지는 효심을 마음껏 끄집어냈다. 경기 전 김병지는 "예전에는 부모님이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내 경기를 보러 오실 정도로 정정하셨다. 하지만 최근 몸이 많이 불편해 누군가 모시고 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이 가장 생각난다. 멋진 플레이와 승리로 돌아가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드리고 싶다"고 애틋한 효심을 드러냈다.

김병지는 선방쇼를 펼쳤고 전남은 3-1 완승을 거뒀다. 그렇게 김병지의 효심이 승리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그는 경기 후 "부모님이 오랜만에 직접 경기를 보셔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 부모님께서 나를 안아주시려는 모습을 봤다. 또 질 때도 항상 수고했다고 말해주신다. 그런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모님 앞에서 승리해서 기쁘다. 돌아가시는 발걸음이 가벼우실 것 같아 더없이 행복하다"고 웃었다.

광양=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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