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바뀔 때 건널목 건너다 사망사고..배상 책임은
법원 "버스 운전자, 신호 바뀌기 前 횡단보도 살폈어야…60% 책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신호등의 보행신호가 정지신호로 바뀌는 순간 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로 진입해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졌다면 차량 운전자의 배상 책임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5월 오후 8시께 김모씨가 운전하는 광역버스는 서울 강서구의 한 대로(편도 4차로)를 가고 있었다. 8∼9m 앞에 횡단보도 정지선이 있었고, 신호등은 차량 정지신호였다. 그러나 김씨는 버스 노선에 따라 이 길을 매일 지나왔다. 경험상 이쯤 되면 신호가 곧 진행신호로 바뀌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그런데 신호가 막 바뀔 무렵에 자전거를 탄 이모(사고 당시 22세)씨가 횡단보도로 진입해 빠르게 길을 건너고 있었다.
김씨의 버스는 이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외상성 뇌손상으로 숨졌다.
이씨의 유족은 김씨의 버스에 공제계약이 돼 있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조합연합회 측은 이 사고는 전적으로 보행자 정지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넌 자전거 운전자 이씨의 과실로 발생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양쪽 모두 과실이 있지만, 가해 차량인 버스 운전자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6단독 조기열 판사는 "피고는 원고들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판사는 "이 사고가 차량 진행신호에 망인이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고 당시 피고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근접할 때까지 차량 정지신호가 켜져 있었고 다른 차들도 정지선 앞에 정차한 상태에서 보행자 등이 도로횡단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고를 낸 버스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직전에 신호가 진행신호로 변경됐다 해도 차량 운전자는 그 전에 속도를 줄여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살폈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전거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에는 자전거에서 내려 신호를 잘 살피고 건너야 하는데도 이씨가 자전거를 탄 채로 신호등의 잔여시간 표시 눈금이 1개 정도 남은 시점에 횡단보도에 진입해 사고를 당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버스의 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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