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강남 랜드마크'의 몰락

김진욱 기자 입력 2015. 7. 28. 05:35 수정 2015. 8. 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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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코엑스 / 복합쇼핑몰 원조, 옛 명성 어디로

지난해 11월27일. 1년8개월간의 리뉴얼 공사 끝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답답했던 지하공간은 자연채광이 내부로 들어와 밝아졌고 쇼핑몰 공간도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코엑스몰의 운영주체인 한국무역협회 측은 3000억원을 들여 새 단장한 코엑스몰에 하루 평균 13만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로부터 8개월여 뒤인 지난 7월22일. 코엑스몰은 한산했다. 북적여야 할 이곳엔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한숨 쉬는 상인들의 목소리만 메아리쳤다. 리모델링 후 6개월 사이에 문을 닫은 매장만 17개. 최근에는 모 대형서점까지 '코엑스몰 철수'를 고려 중이다.

국내 복합쇼핑몰의 '원조'로 꼽히는 코엑스몰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새단장한 코엑스몰은 리모델링 이전 12만2000㎡였던 연면적이 리모델링 이후 15만4000㎡로 약 2만2000㎡가 커졌다. 축구장 21개가 들어가는 크기가 된 것. 전용면적 역시 8만4000㎡에서 9만㎡로 6000㎡가 늘었다.

지하 1층(14만4000㎡)의 경우 단일층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패션, 뷰티, 식음료 등 총 240개 브랜드가 입점했고 이 중 '버버리 뷰티박스', '베르사체진' 등의 해외 패션브랜드와 '자라홈', '라운지P by 뽀로로파크' 등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매장으로 주목받았다.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화려했던 리모델링, 그러나…

하지만 무역협회의 야심찬 리모델링은 8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코엑스몰 상인들에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리뉴얼 작업은 1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과 불편한 동선을 개선하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코엑스몰은 쇼핑과 여가생활을 함께 즐기는 몰링(malling)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곳. 이후 시설이 노후화되고 롯데·신세계 등이 복합쇼핑몰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코엑스몰은 생존전략으로 리모델링을 택했다.

문제는 과거 대표적인 '황금상권'으로 불리며 이용객들로 넘쳐났던 코엑스몰이 리뉴얼 이후 방문객 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이다. 이는 입점 상가의 매출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다.

코엑스몰상인연합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직전인 5월 기준 이용객은 주중 평균 6만8000명, 주말에는 8만2000명으로 이용자가 급감했다. 리모델링 전 꾸준히 10만명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더욱이 1년8개월간 코엑스몰 리모델링이 진행되면서 코엑스몰과 연결된 2호선 삼성역의 승객 수도 하루에 평균 3998명이나 줄었다. 이는 전체 서울 지하철역 중 감소 규모가 가장 크다. 삼성역으로부터 유입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코엑스몰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리뉴얼 이후 복잡한 동선과 수준 낮은 MD(상품기획) 구성으로 새로운 이용객 유입은커녕 기존 고객마저 발길을 돌린 코엑스가 됐다"고 토로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입점상인 상대 '갑질' 논란 대두

가뜩이나 이용객이 없어 썰렁해진 코엑스몰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난제는 운영주체인 무역협회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다. 현재 코엑스몰의 운영은 무역협회의 자회사인 ㈜코엑스몰이 담당한다.

그런데 ㈜코엑스몰은 코엑스몰 전체가 영업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상인들로부터 '최소보장임대료'를 챙긴 탓에 무역협회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최소보장임대료란 입점상인의 매출이 기준매출액(매장의 평수, 위치, 코엑스몰 예상 이용객 수 등을 고려해 산정) 이하인 경우에도 매출액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임대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 상인의 경우 매출액이 기준치를 밑돌아 매출액보다 100만원이나 더 많은 고정임대료를 내기도 했다. 17개 매장이 이 같은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고 추가로 16개 매장도 곧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마저도 매장 철수를 위해선 최소보장임대료 다섯달치를 내고 나가야 하는 상황.

급기야 240여명의 임차인들로 구성된 상인연합회는 지난 7월6일 주요 일간지에 코엑스몰의 갑질을 규탄하는 광고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통해 이들은 "코엑스몰의 불공정 약관으로 상인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무역협회의 위압적인 슈퍼 갑질의 운영행태를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상인연합회는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잠실의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을 비교사례로 제시했다. 입점상인들의 수수료를 감면해주거나 영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주차예약제를 해지하는 등의 롯데측 대처방식을 본보기로 내세운 것. 롯데는 지난해 10월 개장 이후 올 5월까지 200억원가량의 임대료를 감면해줬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수수료 감면을 한달 더 연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무역협회는 "코엑스몰의 임대조건은 개별 임차인들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매출연동에 따른 수수료 방식과 최소보장 임대료가 결합된 임대료 부과방식은 대형쇼핑몰의 일반적인 임대료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국회 을지로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협회와 ㈜코엑스몰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했다.

현대백화점과 '충돌' 중인 코엑스

㈜코엑스몰이 새로운 운영주체가 되기 전 코엑스몰은 현대백화점이 수탁 운영했다. 하지만 운영권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코엑스몰의 관리운영권을 보장해달라며 무역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결과는 현대백화점의 패소.

당초 현대백화점은 자회사인 한무쇼핑을 통해 지난 1988년 무역협회로부터 무역센터단지 지하 아케이드 운영권을 받았다. 이후 3년 내지 5년 단위로 위탁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코엑스 측은 지난 2013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위탁 운영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에 현대백화점이 소송을 제기한 것.

그러나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당초 무역협회가 출자약정에 따라 관리·운영권을 주기로 한 시설은 소규모 상가로 구성된 지하 아케이드"라며 "그 후 건립된 코엑스몰은 대형수족관과 영화관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상업시설로 별개의 시설"이라고 무역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항소한 상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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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li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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