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야구노트] '항소' 원칙 철저한 미국 .. 강정호의 안타 빼앗다

김식 입력 2015. 7. 28. 00:12 수정 2015. 7. 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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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강정호(28·피츠버그)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워싱턴과의 홈 경기에서 4타수 2안타·1타점을 올렸다. 그런데 0.286였던 타율이 0.285로 떨어졌다. 경기에 앞서 MLB 사무국이 강정호의 기록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19일 밀워키와의 홈 경기 1회 무사 1·2루에서 때린 내야안타가 유격수 실책으로 정정된 것이다.

 당시 장면을 되짚어보자. 강정호는 밀워키 유격수 진 세구라의 오른쪽으로 강한 땅볼을 굴렸다. 세구라가 백핸드로 잡아 2루로 송구한 게 뒤로 빠지면서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1루 주자가 3루, 강정호는 2루에 안착했다. 현장 기록원은 이 상황을 강정호의 안타로 기록했다.

 밀워키 구단이 이의를 신청했고, MLB 사무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강정호의 타율이 떨어졌고, 밀워키 선발 지미 넬슨의 자책점은 4점에서 3점으로 내려갔다. MLB에서는 이런 절차로 기록이 수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판 판정이 아닌 기록원 판단(안타-실책)에 대해선 ‘항소 제도’가 있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34년 동안 구단이나 선수가 기록 수정을 요청한 적은 없다. 대신 과거 일부 선수들은 기록원에게 험하게 항의했다. 안타라고 생각한 타구가 실책으로 기록되면(타율이 깎이면) 기록실 문을 걷어찬 선수가 있었고, 기록실을 향해 ‘감자를 먹인’ 선수도 있었다. 2010년대 이후에는 그런 충돌이 거의 없다. 베테랑 기록위원 2명이 이중으로 확인하고 TV 중계화면을 활용하는 덕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제원 기록위원장은 “우리가 권위를 앞세워서 기록 수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한·미의 기록 시스템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MLB는 한국에 비해 ‘1차 기록’ 작성이 허술한 편이다. 파트타임 기록원 1명이 일한다. 이들은 해당 구단을 홈 팀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기록에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2014년 5월 10일 다루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는 9회 투아웃까지 무안타·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다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안타를 맞아 노히트노런이 깨졌다. 경기 후 오티스가 사무국에 재심을 요청했다. 그는 7회 타석에서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리고 출루했다. 그런데 기록은 우익수 실책. 텍사스의 홈 기록원이 다루빗슈의 노히트노런을 지켜주기 위해 안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MLB는 항의를 받아들여 7회 오티스의 안타로 노히트노런이 깨졌다고 정정했다.

  강정호의 ‘잃어버린 안타’는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됐던 것일까. 김 위원장에게 물었더니 “나라도 안타로 기록했을 것이다.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유격수가 공을 잡아 2루로 겨우 던졌다. 1루로 던졌다면 강정호는 세이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호가 아쉽게 안타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기록원이 안타-실책을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의 수비’로 잡을 수 있었느냐다. 사람의 동작을 사람이 판단하는 만큼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항소 제도가 있다. 야구규칙 10.01(a)에 따르면 기록은 경기 종료 후 24시간 내에 확정해야 하고, 이후라도 사유서를 제출하면 변경신청을 할 수 있다. 제도를 활용하지 않아 사문화됐을 뿐이다. 강정호는 반대로 항소 제도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됐지만.

김식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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