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 재무장관 "드라크마 복귀 '플랜B' 있었다"

장은교 기자 2015. 7. 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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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해킹 등 몰래 준비" 폭로에 치프라스 궁지 몰려

“총리가 신호만 주면 우리는 ‘플랜 B’를 작동할 준비가 돼 있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함께 유로화 대신 드라크마(그리스 옛 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계획을 준비했다고 폭로했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린 치프라스 총리가 진짜 위험한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에 그리스 야당은 정부에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스 언론 카티메리니는 지난 16일 공식금융통화기구포럼(OMFIF)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리스의 날’ 콘퍼런스에서 바루파키스 전 장관이 폭로한 내용을 입수해 26일 보도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이 폭로한 계획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 지원이 끊길 경우를 대비해 그리스 결제 시스템을 드라크마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 전인 지난해 12월 바루파키스 전 장관이 제안한 ‘플랜 B’ 수립에 동의했고, 작전은 첩보영화처럼 이뤄졌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시스템 마련을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 중인 컴퓨터 전문가에게 연락해 소규모 팀을 꾸렸다.

드라크마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국세청 가입자들의 정보가 필요했고, 비밀팀은 국세청 시스템을 해킹해 납세자 정보를 확보했다. 해킹은 총선 이후 이뤄졌다. 현직 재무장관이 국세청의 해킹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26일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에게 ‘플랜 B가 작동되면 평탄한 항해가 되진 않겠지만 그리스의 자유를 위해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이뤄진 날 밤 총리가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일부 언론들은 나를 악당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그리스의 ‘숨쉴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유로존 채권단과의 협상도, 대국민 설득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프라스 총리는 옛 동지의 폭로에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재무차관은 “정부는 유로존 탈퇴 계획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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