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김병지가 전한 두 가지 묵직한 '메시지'

김정희 2015. 7. 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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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양)

K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쓰였다. 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김병지가 지난 26일 저녁 7시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킥오프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 선발 출전으로 K리그 통산 7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대기록이다.

이날 경기의 포커스는 오롯이 김병지에게 맞춰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전남은 김병지를 위한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관중은 한마음으로 김병지의 대기록을 축하했고, 선수들은 존경의 마음을 가득 담은 박수를 보냈다. 전남 동료들은 김병지를 위한 경기에 꽃을 뿌리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 3년 만에 제주전 승리(3-1)라는 값진 성과까지 일궈 냈다. 아름다운 광양의 밤이었다.

그러나 이날 밤을 아름답게 만든 것은 단지 이날 겉으로 드러난 점들에만 있지 않았다. 경기 전과 후에 김병지가 기자회견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 숨어 있었다. 프로 생활 24년 차,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 전설은 기자회견을 통해 후배들과 K리그 전체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 두 가지 메시지가 이날 밤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메시지는 경기가 열리기 전에 전했다. 경기에 앞서 김병지는 기자들과 만나 700번째 경기를 맞는 소감을 밝혔다. 이미 경기가 열리기 전에, 김병지는 많은 인터뷰를 가졌다. 그러나 김병지는 그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을 다 밝히지 않았다. 김병지는 가려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700경기에 이르기까지 가졌던 마음은 지금까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제 가려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게는 불행 중 다행인 일이다. 나는 1%의 성공한 선수에 속할지 모른다. 그러나 프로 세계를 보았을 때, 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나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했던 선수들의 공도 있었다. 그들을 통해 700경기를 채울 수 있었다. 축구를 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축구를 찾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열정과 도전 정신을 보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좋은 자리지만 함께 고생했던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꿈을 키우는 선수들에게 어려움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좋은 시간을 맞이할 것이라 전하고 싶다. 꼭 700경기다, 국가대표다 하는 숫자와 자리가 아니어도 좋다. 목표와 열정을 가지고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룬다면 그게 성공이다. 그런 후배들의 모습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김병지는 음지에서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포항 스틸러스 신화용 골키퍼가 축하 화환을 보냈다. 김병지는 신화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화용이는 나와 수년간 함께 있으면서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 속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극복하고자 노력도 많이 했다. 다행히 그때 참 잘 배운 것 같다. 내가 떠나고 (정)성룡이와 화용이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기다림에서 배운 기술과 자질이 만개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때 참 뿌듯하다. 이제 화용이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 중 하나로 성장했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아 있는 선수 생활도 지금과 같이 보냈으면 한다. 오늘 보내 준 화환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받겠다."

김병지는 경기 후에 두 번째 메시지를 전했다. 700번째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로 마친 김병지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서 소감을 밝히고 여러 이야기를 풀었다. 그중에는 K리그 전체를 향한 메시지도 있었다.

화두는 다소 우스운 사건에서 시작됐다.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가 FIFA 온라인 3 게임을 콘텐츠로 방송하는 '감스트'라는 BJ의 동영상이 발단이었다. 감스트가 한 시청자의 2002 전설 카드팩을 뽑는데, 김병지 카드만 네 장이 뽑혀 욕설을 하며 분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직접 보게 된 김병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뽑힌 것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에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으나, 김병지는 되려 이를 웃음으로 승화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자신의 지지자가 되면 용서해 줄 거라는 멘트를 남겼다.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들은 김병지는 "그 친구한데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그냥 지나치면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일부러 감스트 그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내면서 욕까지도 수용하는 것을 재미나게 표현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 주시더라. 느낀 바가 있었다. K리그가 조그만 무언가라도 찾아내 스토리를 만들면 사랑받는다는 거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2,000개 넘게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좋아요가 5,000개가 넘더라. 그만큼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그런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또 그런 소통이 K리그를 향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축구에 관계된 여러분들이 시행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병지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동영상을 보고 나도 웃었다. 가끔 자식들이 내게 카드 오픈을 부탁한다. 우리 아이들도 김병지 카드로 강화를 시도했는데, 실패하면 '아빠 뭐하냐'고 할 거다. 그 친구가 웃으면서, 또 즐겁게 잘 표현해 줬다. 덕분에 나는 감스트라는 평생 지지자를 얻었다. 내 팬이 되겠다고 하더라. 내가 이해했던 부분이 감스트 그 친구에게도 많은 생각을 준 것 같아서 유쾌했다." 작은 부분에서 발상을 전환해 모든 것을 반전시킨 김병지다.

김병지는 또 거기서 한 발 나아가 K리그 전체를 향해 큰 화두를 던졌다. 700경기를 통해 이룬 내공이 단지 경기장 안에서 축적한 경험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김병지가 전한 두 가지 묵직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김병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도전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김병지는 이날 기자회견서 당초 말한 바대로 777경기를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자신 있다는 든든한 말도 덧붙였다. 직접 몸으로, 또 말로 모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김병지의 도전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글=김정희 기자(kimjh07@soccerbest11.co.kr)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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