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이가 떨리고, 여름엔 가슴이 떨린다

성낙선 2015. 7. 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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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여행] 화천에서 발견하는 시원한 여름 풍경들

[오마이뉴스 성낙선 기자]

 화천의 원천리 자전거도로 위에서 바라다 본 북한강.
ⓒ 성낙선
한낮의 기온이 연일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 몸으로 느끼는 온도는 그 이상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걷다 보면,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 때문에 온몸이 화끈거릴 정도다. 엔진이 뜨겁게 달아오른 차들이 길게 늘어선 도로 곁을 지날 때는 아예 숨조차 쉬기 어렵다. 찜통이 따로 없다.

이런 날엔 그늘이 없는 길을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그래서 요즘 새삼스럽게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있다. 어디 손바닥만 한 그늘이라도 보이면, 그 밑에 들어서려고 애쓴다. 그나마 가로수 곁에 서 있으면 조금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은 폭염으로 시작해 폭염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어떻게 된 게 선선한 날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바람이 부는 날도 드물다. 장마철인데도 더위가 가셨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비가 내릴 때만 잠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가 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머리 위로 다시 폭염이 쏟아진다.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다.

때맞춰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어디 가서 시원한 바닷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맑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갔으면 하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진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저 조용한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럴 때는 어디 가서 사방이 확 트인 풍경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다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물 건너 너무 멀리 갈 생각은 하지 말고.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좀 더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강원도 산골마을을 찾아가는 것도 괜찮다.

 곡운구곡 제4곡 백운담(2011년 4월 촬영).
ⓒ 성낙선
화천의 진면목을 찾아 떠나는 여행

여름철 여행지로 강원도 화천만큼 적당한 곳도 드물다. 화천은 물과 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가는 곳마다 차가운 계곡 물이 흐른다. 그 계곡 물들이 한데 어울려서는 거대한 강줄기를 이룬다. 그 강줄기가 북한 땅인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원해 화천군을 관통하듯 지나가는 북한강이다.

북한강처럼 조용히 흐르는 강도 드물다. 수면이 호수를 떠올릴 정도로 잔잔하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겨울에는 얼음구멍낚시를, 그리고 한여름에는 카누나 수상스키 같은 물놀이를 즐긴다. 화천처럼 물놀이를 떠나기에 적당한 장소도 없다. 화천이란 이름 앞에 '물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화천을 물놀이를 즐기는데 적당한 장소로만 기억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화천의 진면목은 물가에 펼쳐진 다양한 풍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시원하다. 화천은 물도 깊지만 골도 깊다. 뜨거운 여름에 그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경 또한 어딘가 예사롭지 않은 데가 있다.

 거례리 수목공원, 느티나무.
ⓒ 성낙선
[거례리 수목공원]

북한강변에 있는 거례리 수목공원은 수목공원보다는 해바라기 동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여름에 강변을 노랗게 물들이는 해바라기가 장관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곳에서 해바라기 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는 장관을 보려면, 조금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해바라기가 절정에 이르기에는 아직은 키가 너무 낮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돋보이는 풍경은 강변에 나 홀로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다. 그 자태가 보기 드물게 우아하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되는 듯한 이 나무는 밑둥만 봐도, 어딘가 범상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밑둥이 두 팔로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굵다.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있고, 나뭇잎은 빛이 잘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다. 나무 아래로 반경 10미터에 가까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 넓은 나무 그늘 아래에 서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거례리 수목공원은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곳이다.

이 공원에는 해바라기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 달라 그때마다 색다른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공원은 아직도 미완성인 상태다. 지금도 꽃과 나무를 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원천리 북한강변 자전거도로.
ⓒ 성낙선
[원천리 자전거도로]

원천리 자전거도로는 강변에 나 있는 자전거도로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 도로 주변에 서 있는 나무와 풀들이 더할 수 없이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사방이 탁 트인 이 길에서는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분다. 나뭇잎과 풀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푸른 하늘만큼이나 청량한 느낌이다.

이 자전거도로는 거례리 수목공원과도 서로 연결돼 있다. 수목공원 근처에, 강변의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수상 다리가 건설돼 있다. 이 도로는 원래 자전거를 타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걸어서 산책을 할 때는 주위에 혹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결코 많지는 않다. 이 길 끝에 화천읍이 나온다.

[서오지리 연꽃단지]

원천리에 가게 되면, 근처에 있는 서오지리 연꽃단지에도 한 번 들러볼 것을 권한다.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지금 한창 연꽃이 필 때를 맞고 있다. 백련과 홍련이 수면 여기저기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의 연꽃단지는 북한강변의 자연습지에 조성됐다. 연꽃 종류는 물론, 연꽃이 피는 면적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서오지리 연꽃단지.
ⓒ 성낙선
[용담리 곡운구곡]

용담리 곡운구곡은 옛날부터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계곡이다. 조선시대 풍류를 아는 선비치고 곡운구곡을 다녀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 선비들로 인해, 이곳의 풍경이 수많은 문장과 그림으로 남아 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은 계곡이 깊고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선비들이 벼슬을 버리고 은둔 생활을 하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계곡 위로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 풍광이 상당 부분 훼손돼, 지금은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돼 버렸다. 도로에 높은 철제 펜스를 설치하는 바람에, 계곡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곡운구곡의 아홉 구비 계곡 중에서 그나마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제3곡과 제4곡에 해당하는 '선녀협'과 '백운담'이 거의 유일하다. 선녀협과 백운담에 내려가 보면, 이 계곡에 왜 '곡운구곡'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곡운구곡을 다녀간 옛 선비들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곡운구곡 제3곡 선녀협.
ⓒ 성낙선
시대가 아무리 변했어도, 옛 선비들이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풍경이 완전히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선녀협과 백운담을 뒤덮은 화강암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선녀협과 백운담은 계곡을 흐르는 물의 양이 얼마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로 드러나는 화강암이 그때마다 다른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곡운구곡에서 물놀이는 금지돼 있다. 곡운구곡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국립춘천박물관에 가면, 김수증이 살았던 시대에 문인화가 조세걸이 그린 '곡운구곡도'를 볼 수 있다. 그 그림이 또 곡운구곡 못지않은 걸작이다.

[삼일리 화음동정사지]

삼일리 화음동정사지는 1670년경 조선시대 성리학자였던 곡운 김수증이 벼슬을 버리고 은거했던 곳이다. 대쪽 같은 조선 선비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증은 이곳에 정자를 짓고 살면서, 학문을 탐구했다. 김수증은 이곳 계곡 주변에 송풍정, 삼일정 등 여러 채의 정자를 지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현재 계곡에 서 있는 정자는 예전에 정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후대 사람들이 다시 지은 것이다. 지금도 이곳에 있는 바위들을 잘 살펴보면, 그 위에 '삼일정' '인문석' 등의 문자와 '팔괘' 등의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모두 성리학적인 세계관을 표시한 것들이다.

 화음동정사지, 송풍정.
ⓒ 성낙선
요즘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김주승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온다. 계곡을 흐르는 물이 무척이나 맑고 시원하다. 그 물에 정신이 다 맑아지는 느낌이다. 탁족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화음동정사지는 강원도기념물 제63호로 지정돼 있다. 화음동정사지의 '정사'는 학문을 닦고 정신을 수양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김수증의 호인 '곡운'에서 알 수 있듯이, '곡운구곡'은 그의 호에서 따온 명칭이다.

화천은 겨울 추위가 매섭기로 유명한 곳이다. 화천이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세계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추위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화천을 여름 여행지로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화천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한여름에 이곳을 찾아갈 생각으로 가슴이 설렐 수밖에 없다.

화천은 한겨울에는 이가 떨리고, 한여름에는 가슴이 떨리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화천에서는 오는 7월 25일부터 8월 9일까지 쪽배축제가 열린다. 붕어섬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제에는 야외 물놀이장을 비롯한 다양한 물놀이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창작쪽배콘테스트' 등의 행사가 함께 열린다.

그리고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는 사창리 일원에서 토마토축제가 진행된다. 토마토는 화천을 대표하는 특산작물 중에 하나다. 이 축제에는 토마토를 이용한 이색적인 체험과 '황금반지를 찾아라'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들이 준비돼 있다. 화천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축제를 즐기는 것만큼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이 또 있을까?

 거례리 수목공원, 해바라기.
ⓒ 성낙선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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