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주로 새치기"..서울대생 버스 두줄서기 논란

사건팀 2015. 7. 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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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와도 먼저 타는 '서서가는 줄' 골머리..총학 "증차보다 한줄서기가 우선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제공).© News1

(서울=뉴스1) 사건팀 =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매일 아침 진풍경이 벌어진다. 서울대 캠퍼스로 가는 유일한 버스 노선인 마을버스 관악02를 타려는 학생들의 줄이 정류장 앞 건물을 둘러쌀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다.

특이한 건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두 개라는 것이다. 하나는 서서라도 버스를 타겠다는 '서서 가는 줄'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 기다리더라도 앉아 가겠다는 '앉아 가는 줄'이다. 버스가 오면 일단 '앉아가는 줄' 사람들이 탑승하고 좌석이 차면 그때부터 '서서 가는 줄'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탄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언제부턴가 생긴 이 '두 줄 서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늦게 온 사람이 더 빨리 버스에 탑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서서 가는 줄은 결국 새치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총학은 이를 해결하려고 지난달 한 줄 서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사라지는 듯했던 서서 가는 줄은 캠페인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생겨났다.

◇서서 가는 줄에 여학생 많아…여성 혐오 발언으로 언쟁도

서서 가는 줄은 콩나물시루처럼 매달려가기보다 좀 더 기다려서라도 편하게 좌석에 앉아 가고 싶은 학생들이 다음 버스를 타려고 대기 줄에 남으면서 생겨났다. 상당수 학생이 버스에 타지 않고 대기 줄에 남으면서 버스는 만차가 아닌 데도 출발하기 일쑤였고 이에 끼어서라도 당장 버스에 타고 싶은 학생 몇 명이 새치기로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서라도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이들을 위한 서서 가는 줄이 생겨났다. 문제는 본래 줄에 선 사람이 더 이상 탑승을 원하지 않을 경우 버스에 올랐던 이들의 존재가 좌석만 차면 당당하게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줄이라는 식으로 여겨지면서 시작됐다.

어쩔 수 없이 봐주던 소수의 새치기 줄이 길어지고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이게 되자 '결국은 새치기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버스에 당당하게 올라타는 모습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본래 줄은 의도치 않게 앉아가는 줄이 됐고 이를 틈타 또 다른 줄이 생기고 새치기가 만연했다.

최근에는 이 일을 두고 학내 커뮤니티에 여성 혐오 발언이 나와 학생들 간 언쟁이 붙기도 했다. 게시판에 올라온 버스 정류장 사진 속 서서 가는 줄에는 유난히 여성들이 많았다. 이에 '새치기는 여자들이 주로 한다'거나 '성급한 일반화'라는 말들이 오갔다.

총학이 지난 5월 벌인 학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80%가 서서 가는 줄을 새치기로 여기고 92%가 두 줄 서기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배차간격 2분…증차보다 한줄서기 문화 필요

단순히 버스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다. 마을버스 운수 업체에 따르면 하루 탑승자가 1200명 정도인 관악02의 운행횟수는 통상 시간당 12회다. 통학시간대에는 25회 운행되는데 배차간격이 2분꼴이다.

총학 관계자는 "공급이 부족하다면 줄이 길어지지 새로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악02는 순환이 빨라 바로 뒤에 같은 버스가 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오히려 순환이 너무 잘 돼 생긴 문제"라며 "시민과 학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한 줄을 서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것이 정착되는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버스 업체도 많은 학생이 앉아 가려고해 발생한 문제로 보고 버스 증차는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업체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줄 서기를 긍정적으로 여겨왔다.

버스 업체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스에 적당히 인원을 맞춰서 탄다면 문제 될 일이 없어 우리는 두줄서기 문화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총학생회에서 강력하게 나와 이번에는 한줄서기 캠페인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총학은 2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다시 한줄서기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운수 업체와 협력해 줄을 서는 라인을 정류장 바닥에 그리기로 했다. 버스 내 캠페인 방송도 계속할 계획이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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