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한끼 밥의 정치..'식구'되니 소통 원활해져
지난 21일 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몇몇 최고위원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 근처에서 '치맥'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자리는 가벼웠지만 내용 면에서는 '사면'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놓고 부드럽게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치맥 모임에 앞서 같은 날 새누리당의 최고위원들은 여의도의 한 일식당에서 만찬 모임을 가졌다. 그러니까 치맥 모임은 '2차'가 된 셈이다. 여당 최고위원들이 식사하던 시각 인근 중식당에서는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모였다. 만찬을 겸해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22일 저녁에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겸한 고위 당·정·청회의가 열렸다. 68일 만에 재개된 자리로 다양한 국정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에게 식사, 즉 밥자리는 국정 현안을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자리다. 서로의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식구'가 되는 자리로 단순히 허기를 채운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얽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요 직책에 있으면 당과 청와대, 정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개발언 때문에 된서리를 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4월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법인세 증세는 성역이 아니다"는 등 박근혜정부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소신을 밝혔다. 결국 당내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당·청 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낙인 찍혀 결국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듣는 귀가 적은 만큼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정치인들의 식사 자리는 참석자들만이 내용을 아는 은밀한 자리다. 의견을 교환하고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조정하기도 쉬워진다.
그러다보니 밀폐된 식사 장소를 찾는 정치인이 많다. 수요에 맞춰 의원들이 자주 찾는 여의도의 식당은 대다수가 4~6인석의 방을 갖추고 있다. 밀실정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도 하지만 '광장'과 '노출'에 지친 정치인들에게 간간히 제공되는 '밀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끄는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식사를 한다는 건 가깝다는 표시인 동시에 소통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의원들은 대개 회의처럼 굉장히 공식적인 석상에서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두 시간 밥 먹으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면 가까워질 수 있고 의견 대립이 있는 부분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식사 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비공개'되다 보니 훗날 오간 말을 두고 서로 다른 증언이 있기도 하다. 현 정무수석은 21일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에 대해 "사면 이야기는 없었고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을 이야기할 계제도 아니다"며 "추경이나 경제 활성화 법안 중심의 이야기를 했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인사는 "정치인 사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 역대 대통령 식사 정치 즐겨… 朴 대통령은 소극적
'식사정치'는 역대 정권에서도 즐겨 사용했다.
과거 조선시대 왕들이 가신들과 조찬을 들며 하루 소통을 시작한 것과 같은 이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와 함께라면 당시 정적인 야당 총재 김대중과의 독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국무위원, 정치 원로들과도 칼국수 모임을 가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찬 예찬론자였다. 공식 일정이 없을 때도 매일 본관 집무실로 출근한 이 전 대통령은 각료들을 불러 조찬을 함께할 때가 많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조찬·만찬에 참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권 초기 새누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지며 활발한 식사정치를 폈지만 최근 들어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한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 성향상 식사 자리를 하기가 아주 쉽진 않을 것이다"며 "밥 먹으면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부담스러울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원 시절부터 술을 마시지 않기로 유명한 박 대통령의 취향과 자연스럽게 술을 곁들이는 정치권의 만찬 문화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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