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油價 60달러면 망한다했는데.. 살아있네 셰일가스

최현묵 기자 2015. 7.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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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이겨낸 '셰일 파워'] -셰일오일 생산량 1년전보다 20% 늘어 시추시간 5년전비해 절반으로 단축.. 한번에 팔 수 있는 거리 2배 늘어나 기술혁신·비용절감이 생존 원동력 -OPEC의 셰일 고사 노력 수포되나 "국제유가 20달러 돼도 감산 안해" '석유 큰손' 사우디 저가공세에도 셰일오일 시추공 증가세 전환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져도 상관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減産)할 뜻이 없다."

20년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정책을 이끌어온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작년 12월 "사우디가 원유 공급량을 줄이면, 러시아와 브라질, 미국의 원유 생산업체들이 우리 몫까지 다 가져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이미 장관은 사우디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을 좌지우지해온 국제 석유시장의 '큰손'이다. 그의 폭탄 발언으로 유가는 전달에 비해 15달러 이상 곤두박질쳤다. 나이미 장관이 겨냥한 대상은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며 OPEC 주도의 국제원유시장을 위협하는 미국 셰일오일·가스업계였다. 알 나이미 장관은 "(미 셰일 업체 등) 고비용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중동 국가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OPEC, 국제유가 떨어트려 셰일 산업 고사 시도

OPEC은 올 6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하루 생산량 3000만 배럴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유가 하락에도 과잉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OPEC이 출혈을 무릅쓰고 미국 셰일 업계 고사(枯死) 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그동안 국제원유가격을 좌지우지해왔다. 수급을 원활하게 조절하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생산조정국)' 역할을 해왔다. 원유 소비국들이 고유가를 이유로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려 하면 적절한 증산(增産)으로 가격을 내렸다. 반대로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OPEC 차원의 감산으로 가격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게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이란 점 때문에 가능했다.

저유가의 충격에도 사우디는 여유가 있었다. 7500억달러에 이르는 두둑한 외환보유고에다 낮은 생산원가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 줬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승리는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업계에선 유가가 60달러대로 떨어지면 셰일 산업은 연쇄 부도사태가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알 나이미의 도박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셰일오일 생산량은 유가 급락에도 작년보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셰일오일 하루 평균 생산량은 457만 배럴로, 1년 전에 비해 80만 배럴이 더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WTI·서부텍사스중질유)는 배럴당 102달러에서 59달러로 40% 이상 급락했다. OPEC이 '저가 공세'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한 셰일 산업이 의외의 끈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 비용절감으로 '제2의 셰일 혁명'

미국의 셰일 산업이 저유가 속에서도 버티는 힘은 기술혁신이다. 지난달 미 매사추세츠 공대가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5년 전에 비해 셰일 생산에 드는 굴착 시간은 50% 단축됐고, 한 번에 팔 수 있는 굴착 거리도 2 배 이상 길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셰일오일 업체들은 경험이 쌓이면서 채굴 관련 실용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

또 여러 곳을 동시에 굴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굴착용 드릴날의 품질, 이를 제어하는 실시간 원격조종 기술 등도 발전하고 있어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는 "셰일오일 산업 발전 속도는 정보통신(IT) 기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와 무척 닮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 셰일 산업은 채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생산기법을 구축해가고 있다. 폴 로머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 셰일업체들은 셰일 유정을 채굴할 때 매번 수압 파쇄에 사용되는 용액의 물과 모래·화학물질 혼합 비율을 달리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발견한 최적의 혼합비율이 업계 전체로 확산돼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미국 셰일오일 시추공 수는 지난달보다 12개가 늘어났다. 유가 급락으로 작년 10월 1600개를 넘던 셰일오일 시추공 수는 지난달 628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7월 들어서는 640개로 다시 증가했다. 업계에선 셰일 산업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셰일가격 하락에 따른 미국 내 소비 확대도 셰일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조사기관 SNL에너지는 12일 "미국 내에서 지난 4월 기준 가스 발전량이 전체 전기생산량의 31%를 차지해, 30%를 기록한 석탄발전을 앞섰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스발전이 석탄발전을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규모 업체들이 주도하는 미 셰일산업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CEO는 "시추설비가 줄어도 셰일가스는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셰일오일 공급은 시장 예상보다 탄력적"이라고 말했다.

☞셰일오일·가스

셰일오일·가스는 대량의 물과 모래, 각종 화학 물질을 혼합한 용액을 지하 퇴적암층에 쏘아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때 용액의 혼합 비율이 생산량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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