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높은 임대료에 신음하고 中관광객만 바라보고

입력 2015. 7.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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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되는 공항 면세점

[서울신문]중소 화장품 기업 참존은 지난 2월 매출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인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중소·중견기업 운영자로 선정됐지만 임차보증금을 내지 못해 탈락했다. 인천공항은 면세점을 12개 사업 권역으로 나눴고 이 가운데 4곳을 처음으로 중소·중견기업에 배정했다.

당시 지원자가 없어 3곳이 유찰됐다. 나머지 한 곳인 화장품과 향수, 잡화 구역에 참존이 결정됐지만 참존은 6개월치 임대보증금 등인 277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연매출 규모가 700억원 정도인 참존에 5년간의 임차료 2032억원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액수였다.

‘면세점 사업=수익’이 아니라는 지적은 이런 사례를 통해 나온다. 시내 면세점이 진정한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공항 면세점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공항 면세점은 전용면적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 임대료로 사업성에 비해 지출이 커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사업권을 얻더라도 손실을 보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곳 다 운영하는 곳이라면 공항 면세점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를 높인 뒤 시내 면세점의 수익으로 공항 면세점의 손실을 메우는 식이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요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면세점 사업이 오히려 유커 때문에 휘청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관광을 취소한 일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달 말까지 누적 13만여명에 이르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면세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면세점 실적을 보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은 2001년 인천공항점을 열며 승승장구했지만 사스가 확산된 2003년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6.6%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또 면세점 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익만을 바라보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업계에 따르면 1962년 김포공항에 국내 최초로 면세점이 설치된 이후 현재까지 사업을 포기한 기업은 한진그룹과 애경그룹 등 20여개 기업에 달한다. 2003년 사스 때 롯데면세점만 손해를 본 게 아니다. 그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1.1% 감소한 475만명에 그쳤다. 때문에 한진그룹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확산된 다음해인 2010년 AK면세점을 운영하던 애경그룹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아예 사업을 접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브랜드 특히 명품 브랜드를 면세점 안에 유치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이런 사업 운영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물건들을 진열해 팔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면세점 사업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우리나라 면세점 쇼핑 만족도가 상당히 큰 편인 데다 면세점을 보고 관광하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많다”라면서 “이들이 계속 쇼핑을 하러 오게 하기 위해서는 면세점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고 쇼핑에 이어 주변 맛집도 찾고 인근 관광도 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면세점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 국내 관광산업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유커들의 일본 관광이 늘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유커들이 돌아오길 기다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지금처럼 메르스 때문에 한국 관광을 꺼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업계와 정부 등이 나서 한국 관광을 홍보해야 하며 홍보 방식이 단순히 ‘한국이 안전하니 오세요’라는 직접적인 홍보라면 오히려 한국에 대한 불안감을 강조하는 일이 돼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통해 한국이 매력적인 관광지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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