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입차 싸게 몬다고 좋아하는 사장님이 모르는 사실

양영권 기자 2015. 7.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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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많은 법인차량 운용리스, 제도 개선 서둘러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문제점 많은 법인차량 운용리스, 제도 개선 서둘러야]

수입차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법인구매'를 통한 탈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놓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리스 비용이나 보험료, 기름값 등을 법인의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이다.

유독 수입차 구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상반기 판매된 수입 승용차 11만9832대 가운데 법인 등록은 4만8339대로 40%에 달하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등은 법인 비율이 70∼90%에 달할 정도로 차 값이 비쌀수록 법인의 비중이 커진다. 이에 따라 자동차 리스 시장은 지난해 7조9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3% 가량 성장했다. 1999년 276억원에서 15년만에 250배 가량 확대됐다.

법인구매 확대에 따른 문제는 탈세가 전부가 아니다. 자동차 구입을 통한 회삿돈 빼돌리기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포털 사이트에 '법인 수입차 구매' 라고 검색을 해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봤다. 인터넷에는 자동차 리스, 렌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회사 대표가 탈 차로 대형 수입 세단을 구입하려 한다고 하자, 그 쪽에서는 '운용리스'를 권했다. 딜러사별 할인율을 적용해 차량을 할인받되, 리스료와 기름값, 수리비, 보험료는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기업이나 전문직이 많이 찾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캐시백'을 포함해 좀 더 정확한 설명을 받고 싶으면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캐시백'이라는 게 뭔지 묻자 "할인 대신 현금으로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 대표님은 보통 차를 무조건 싸게 구입하는 걸 좋아하는데, 차량 구입을 담당하는 직원이라면 할인을 적게 받는 대신 현금을 챙겨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1000만원까지도 드릴 수 있다"고 했다. 법인 차량 구매 리베이트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국산차도 현대차 에쿠스와 쌍용차 체어맨 등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법인 수요가 많다. 하지만 수입차는 차값이 높은 대신 비공식 할인율이 최대 20%에 달하는 데 비해 국산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공식 할인 말고는 거의 깎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업체들은 '캐시백'을 미끼로 수입차를 권한다.

정치권도 이같은 자동차 리스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바로잡는 건 미적거린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이 2013년 3월 차 가격에 따라 법인의 필요경비 산입에 제한을 두고 1억원을 넘어가면 아예 경비로 산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현재까지 상임위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자동 폐기될 운명이다.

표면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라지만 전문직과 기업체 경영인 출신이 많은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게 더 설득력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리스비의 85%만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하고, 일본이나 캐나다는 구체적으로 월 상한액을 제한하는 등 무분별한 차량 리스 이용을 규제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다.

정부는 올해로 4년째 세입보다 세출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차량 리스와 관련한 불합리한 제도만 개선해도 세금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세금을 더 거둬들일 창조적인 방법을 찾는 것보다 우선할 일은 이처럼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을 먼저 챙기는 일이다.

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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