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서 목동까지" 이종환의 파란만장 한화 적응기

 대전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입력 2015. 7. 8. 09:40 수정 2015. 7.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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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종환. 한화 이글스 제공

“종환이는 야구장까지 뛰어와.”(한화 김성근 감독) “네….”(이종환)

지난 6월2일 성남고등학교. 2시간 반 정도 진행된 한화의 ‘특타’가 오후 5시께 마무리되면서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넥센전이 열리는 목동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이종환(29)도 같은 시간 출발했지만, 버스에는 오를 수 없었다. 이종환만은 목동구장까지 걷거나 뛰어오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대방동에 있는 성남고에서 목동구장까지 거리는 근 7㎞. 빠른 걸음으로도 한 시간 남짓이 소요된다.

이종환은 혼자였다.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서울 지리에도 밝지 않았다. 이종환은 스마트폰을 오른손에 꺼내들었다. 그리고 연결한 길찾기 프로그램. ‘목동야구장’을 검색해 안내하는 대로 물어물어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하의는 유니폼을 그대로 입었지만, 상의는 일반인이 흔히 입는 땀복을 착용한 터라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서울 시내를 걷고 달려가며 목동구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6시15분. 경기 시작 15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선발라인업에 이종환의 이름은 없었다. 이에 이종환은 한숨 돌릴까, 했지만 또 그럴 수 없었다. 1회초 시작과 함께 벤치에서 대타 작전이 나왔다. 자주 나오는 장면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왼손타자로 상대 사이드암 선발 한현희 공략에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만루에서 나온 타구는 2루 땅볼.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종환은 경기에서 빠졌다.

그날의 기억을 먼저 떠올린 사람은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은 6월말 이후 7월로 접어들며 주력 타자들이 빠진 자리가 여러군데 생겼는데도, 그 다음 자리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이종환을 비롯한 새 카드들이 공백을 채우고 있는 얘기를 하며 “성남고등학교에서 뛰어오라고도 해보고 여러가지 시켜봤다. 아이들이 잘 해준다”고 덧붙였다.

이종환은 그날의 경험을 한화로 이적한 뒤 경험한 여러 날 중 하루로 기억한다. 특타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돼버린 것을 두고 “솔직히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 몸이 많이 적응한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사실, 김 감독이 이종환에게 성남고에서 목동구장까지 뛰어오라고 한 것은 체중을 줄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종환 또한 이를 잘 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아직 수치상 큰 변화는 없다”며 입술을 살짝 깨문다.

최근 특타를 할 때 치중하는 훈련은 몸쪽 공 대응법이란다. “감독님, 코치님이 우선 몸쪽 공에 방망이를 빨리 내는 법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훈련 내용 한토막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종환은 어찌 됐든 성공적인 이적 스토리를 쓰고 있다. 한화 선수 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화력을 뿜어냈다. 3경기에서 타율 5할(14타수 7안타)에 5타점을 기록했다. “운이 좋았다. 빗맞아도 좋은 코스로 날아가 안타가 되곤 했다”며 “무엇보다 오래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도 하나 생겼다고 한다. 이종환은 “타율 3할을 한번 쳐보고 싶다. 시즌이 끝나면서 타율 3할을 넘겨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규정타석을 채운 ‘공인 3할’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타석에 몇 타수를 채우더라도 타율 3할을 찍는다면 타석에서 그만큼 기대감이 들게할 것이라는 게 이종환의 계산이다.

이종환은 7일 현재 올해 35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66타수 19안타)에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 대전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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