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면접, 대통령의 '불타는 애국심' 발언 영향"

CBS 박재홍의 뉴스쇼 2015. 7. 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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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가 면접? 애국심은 스스로 우러나야
- 군사정권 때나 있었던 일, 전체주의 연상돼
- 합법성, 전문성 등이 주된 자질 되어야
- 연가저축제? 인력 부족으로 장기휴가 못 가
- 미사용 연가 급여 안 주려는 명분 쌓기 의심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정용천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

요즘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애국가 4절을 부를 수 있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느냐?’ ‘태극기 4괘를 아냐?’는 등의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이른바 공무원 애국가 면접이 지금 논란을 낳고 있는데요.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면접질문들을 공무원시험 전반에 넓혀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전국공무원노조의 정용천 대변인을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대변인님, 안녕하세요.

◆ 정용천> 안녕하세요.

◇ 박재홍> 최근 9급 세무직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애국가 4절을 아느냐?’는 질문이 등장했네요. 이런 질문에 대해서 공무원노조는 어떤 입장인가요?

◆ 정용천> 애국심이 있느냐 없느냐를 물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애국심이라는 것은 강요나 교육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이라고 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박재홍> 이런 면접시험 얘기를 주변 공무원들도 들으셨을 텐데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 정용천>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거든요. 국가에 대한 개인의 맹목적인 희생과 충성만을 강요하는 전체주의를 연상하게 된다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옛날로 돌아갔다는 느낌이 들고, 오히려 역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러면 이런 질문들이 과거에도 있었나요?

◆ 정용천> 전에는 군사정권 시절이나 저희 선배들 때는 이런 것이 강요되고 또 평가의 기준이 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한 1970년대, 1980년대 때는 실제로 이렇게 애국가 4절을 묻기도 했었다?

◆ 정용천> 네. 지금같은 식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획일화시키는 그런 행정문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서 인사혁신처는 이런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들이 공직자의 가치관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리고 스펙 위주가 아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 정용천> 애국심을 미리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표현하도록 모두에게 강요하고, 답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가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러면 어떻게 평가해야 하죠?

◆ 정용천> 일단 공직을 수행하면서 자긍심과 공정성, 민주성, 합법성, 전문성 등이 주된 자질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다양한 가치를 인사혁신처는 애국심 하나로 획일화시킨다는 건데요. 특히 헌법과 법을 존중하고, 정직하고 일관성 있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직자에게는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다른 중요한 가치들이 있는데 굳이 애국심으로 그렇게 검증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 정용천> 그렇죠. 획일적으로요.

◇ 박재홍> 그런데 일단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 혹은 국가관 같은 것도 측정할 방법이 명확히 있어야 되는 건 아닌가요?

◆ 정용천> 그렇죠. 그런데 지금 근무평가를 할 때도 이런 게 반영된 항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항목을 배제해 놓고 획일적으로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국민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일선의 공무원들에게는 별다른 효과도 없다고 보고요. 실질적으로 제가 아까 말씀드린 공직자로서의 다양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이런 질문들이 등장한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 정용천> 대통령께서 가끔 큰 행사의 모두발언에서 불타는 애국심을 얘기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앞장서서 잘못된 애국심 마케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고요. 그리고 정부 부처는 이러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어서 그게 더 심각하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황교안 국무총리의 경우에 법무부장관 시절에 애국가 4절 완창을 못하는 신임 검사들을 질타했지 않습니까? 나라사랑의 출발이 애국가라고 밝혔었는데요. 그러니까 이게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봐야 하나요?

◆ 정용천> 우리나라에서 최고 엘리트라고 불리는 검사들조차도 애국가를 완창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그렇다고해서 이분들이 애국심이 결코 없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동기가 부여돼서 지원을 했을 텐데요. 이는 애국심을 빌미로 삼아서 국가가 아닌 개인과 단체에 맹종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으로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요즘 정치검찰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애국심이 그것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또 하나 질문을 드리면요. 인사혁신처가 이번에 내놓은 공무원 추가규정 개정안이 또 화제네요. 미사용 연차 휴가를 3년까지 쌓아서 저축할 수 있는 연가저축제도입니다. 그리고 이걸 한 번에 묶어서 쓰면 한 달을 쉴 수 있는 안식월도 가능하다는 얘기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세요?

◆ 정용천> 일단 내용을 보면 미사용 연가에 대해서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있고요. 더군다나 기간을 정해놓고 기간 내에 쓰지 않으면 연가가 소멸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직원들의 자유성을 보장하지 않은 강제적인 제도라고 보고요. 더구나 지금 공직사회에 도입된 총액 인건비 제도 등으로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일할 사람은 줄어든 상태에서 한 달을 쉰다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르고 만든 탁상행정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쓸 수 있게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안식월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는 거네요.

◆ 정용천> 그렇죠.

◇ 박재홍> 그런데 연차 휴가를 3년간 저축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안 써버리면 나중에 연가보상비를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정용천> 지금은 정해진 기간 내에 쓰지 않으면 소멸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처럼 공직사회가 연가나 이런 걸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 정용천> 네. 눈치를 많이 보고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휴가를 길게 못 쓰는 현실을 알면서도 미사용 연가급여를 안 주는 명목으로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 정용천> 저희는 그렇게 악용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다’라고 현장에서 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걸 정부에서 꼭 휴가를 보내줘야 한다고 명백하게 강제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 정용천> 강제해서 될 게 아니고요. 무엇보다 휴가 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되는데 일용직이나 기간제 등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개선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행정수요는 많이 늘어났는데 공무원 수는 상당히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정규직 규모를 늘려서 동료 간에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제적인 휴가가 아니라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서 본인이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안식할 수 있는 여건을 공직사회 내에 조성해 줘야지만 이런 제도도 정착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현 여건에서는 휴가가 휴가가 아니고, 안식이 안식이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 정용천> 그렇습니다.

◇ 박재홍> 말씀 고맙습니다.

◆ 정용천> 네. 수고하셨습니다.

◇ 박재홍> 전국공무원노조 정용천 대변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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